박경미 신임 청와대 대변인 인선을 두고 여권과 야권 모두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무성하다.
야당에선 처음부터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6일 박 대변인이 임명된 직후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며 ‘월광이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는 낯뜨거운 문비어천가를 외쳤던 대변인이 발탁됐다”고 했다. 박 대변인이 2019년 유튜브에 ‘박경미가 문재인 대통령께-Moon light’라는 제목으로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비꼰 말이다. 해당 영상은 현재 내려진 상태다.

2019년 4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던 박경미 현 청와대 대변인은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회 영상회의록 캡처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브리핑 분위기가 좀 부드러워지지 않겠느냐"면서도 "이전 대변인들과 비해 약체라 우려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박 대변인이 임명된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인상 깊은 발언이나 촌철살인의 논평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에 대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일괄 타결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등의 '어록'을 만들어냈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았던 발언까지 찾아내 비판적 언론 보도에 정면 대응했던 강민석 전 대변인 등 이전의 강성 대변인들과 비교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박 대변인 인선을 발표하면서 “국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국민, 언론의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 역시 "대변인은 대통령의 의견과 생각을 말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는데, 언론인과 국민들의 생각을 많이 듣고 전달하는 청취자(listener)의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고 했다. 이를 놓고 "야당을 공격하기보다 협력을 시도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2019년 4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중 나 원내대표에게 "이야기좀 하자"며 함께 운영위원장실로 이동했다. 뉴스1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박 대변인을 부드럽기만 한,약골로 봐선 안 된다"는 말도 있다. 다수의 인사들은 2019년 4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박 대변인이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벌였던 설전을 그 근거로 든다.
박 대변인은 당시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반민특위에 국론분열을 덧씌운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았기에 7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반민특위가 국론분열’이라는 망언에 용기를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전체회의 직전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걸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던 나 전 원내대표의 발언을 직격한 말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야당 의원들이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하자, 박 대변인은 “저 ‘주어’ 없이 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표현을 빌렸는데요”라고 받아쳤다. 이 역시 2007년 당 대변인이었던 나 전 원내대표가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BBK 의혹과 관련 “‘BBK를 설립하였다’고만 언급되어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 사실”이라고 논평한 것을 차용한 표현이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이던 홍영표 의원을 향해 “박경미가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앞에다 사람을 두고…”라고 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에 “당시 나 원내대표가 울그락불그락할 정도로 억울해해면서 홍영표 위원장 등이 오랫동안 달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경미 청와대 신임 대변인이 18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30/69eb5323-703a-4847-b87e-df69b8dfdf6d.jpg)
박경미 청와대 신임 대변인이 18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러한 전례를 들어 일부 여권 인사들은 "유명한 거물 정치인에 정면으로 맞설 강단이 있는 만큼 대변인으로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현재 소통형으로 평가받는 유영민 비서실장에 이어 쇄신을 내세운 이철희 정무수석을 기용하며 기존의 '강성 청와대' 이미지에 변화를 줬다. 특히 대변인실은 박 대변인과 임세은 부대변인 등 여성 2인 체제로 구성해 운용되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