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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디?] 흑백 '자산어보'를 컬러로 맛본다, 이세돌 고향섬이 바로 옆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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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는 인물과 이야기만큼 배경에 눈길이 많이 가는 영화다. 정약전(설경구)이 머나먼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되는 곡진한 과정을 수묵화처럼 단아하고도 힘 있는 색채로 그렸다. 흑백으로 담아낸 흑산도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질 법하다. 컴퓨터 그래픽은 아니었을까, 영화 속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까?

‘자산어보’는 대부분의 장면을 전남 신안에서 촬영했다. 한데 흑산도는 아니었다. 흑산도는 너무 멀기도 하고(목포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거리), 현대화가 많이 돼 있어 촬영지로 적합하지 못했다. 대신 한적한 섬 풍경이 남아있는 도초도와 자은도에 세트를 쳤다.

도초도 역시 멀긴 하다. 일단 암태도 남강항까지 차로 이동한 다음(서울시청 기준 자동차로 약 4시간 30분 거리), 비금도행 여객선을 타고 40분 더 들어가야 한다. 도초도는 비금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영화의 주 무대였던 가거댁(이정은)의 초가집은 도초도 발매리 서쪽 끄트머리의 언덕에 있다. ‘신안군 도초면 발매리 1357’를 찍고 찾아가면 된다. 선착장과 마을 입구, 도로 등 섬 곳곳에 '자산어보 촬영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실제 촬영은 2019년에 이뤄졌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너른 대청마루를 둔 안채와 부엌, 돌담과 우물·평상·아궁이 등 영화 속 소품도 그대로다. 대청마루가 바다를 향해 훤히 뚫려 있는 구조인데, 그곳에서 영화에서처럼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훗날 정약전이 유배 생활을 하게 되는 우이도도 시야에 들어온다. 신안군은 관광객을 위해 가거댁 세트를 헐지 않고 보존하기로 했다.

가거댁 초가집 인근 지남리에는 도초수국공원이 있다. 도초도 명물은 간재미. 도초항 앞 '보광식당'이 간재미초무침으로 이름난 맛집이다. 도초도와 이웃한 비금도는 이세돌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금도 중앙에 ‘이세돌바둑기념관’이 있다.

약전과 창대(변요한)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해안은 자은도에 있다. 목포에서 서쪽으로 27㎞ 떨어져 있는 섬인데, 차로도 갈 수 있다. 2019년 천사대교(압해도~암태도)가 놓이면서 생긴 변화다. 천사대교 너머의 암태도·자은도·안좌도·팔금도는 서로 다리로 이어져 있다.

예부터 자은도는 남도에서 퍽 이름난 휴양지였다. 백길·분계·둔장 등 9개의 해수욕장이 섬을 감싸고 있다. 약전이 첫발을 들였던 해안, 어시장 풍경 등 흑산도 어촌 풍경 대부분은 자은도 한운해변에서 촬영했다. 외기해변에서 찍은 장면도 인상적이다. 약전이 『자산어보』를 집필하기로 마음먹고 창대가 있는 바닷가로 달려가는 장면인데, 카메라는 이 순간을 멀찌감치 떨어져 가만히 바라본다. 바다와 섬에 완전히 녹아든 약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기 해변은 신안 사람도 잘 모르는 숨은 해변이다. 찾아가는 길은 멀지만, 인적이 드물어 언제 가든지 바다를 독차지한 기분을 누릴 있다는 장점이 크다. 특히 해 질 녘 풍광이 아름답다.

영화 ‘자산어보’에는 홍어·돗돔·갑오징어·홍미잘 등 실로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등장한다. 신안에서 해산물을 두루 맛보고 싶다면 지도읍 송도위판장으로 찾아가면 된다. 신안에서 가장 커다란 어시장이 있는 곳이다. 갓 구매한 생선을 대신 조리해주는 초장집이 2층에서 손님을 맞는다.

신안=글·영상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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