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FIFA를 그렇게 몰라?

중앙일보

입력 2021.04.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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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냥 놔둘까. 유럽 슈퍼리그(ESL) 출범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왜인지 짚어보자.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 축구는 없었다. 축구는 1900년 파리올림픽부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894년, FIFA가 1904년 각각 창립했다. 파리에서 축구는 시범종목이었다. 정식종목이 된 건 1908년 런던올림픽부터다. FIFA가 생기고 나서다. 축구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때 또 빠졌다. 올림픽과 축구, 엄밀히 말해 IOC와 FIFA 간 힘겨루기가 막을 올렸다.

FIFA는 1930년 제1회 월드컵 대회를 열었다. 마침 독립 100주년인 우루과이가 대회를 유치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등 여러 유럽 국가가 보이콧했다. 그래도 프랑스·벨기에 등이 참가해 10개국으로 대회가 열렸다. 초대 우승국은 1924년 파리, 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연속 금메달의 우루과이였다. 월드컵의 성공적 출범에 고무된 FIFA는 올림픽에서 축구를 뺐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축구가 빠진 거다. 뭐든 월드컵 흥행의 걸림돌이 될까 싶으면 용납하지 않았다.

유럽 슈퍼리그에 반대하는 현수막. [AFP=연합뉴스]

유럽 슈퍼리그에 반대하는 현수막. [AFP=연합뉴스]

축구는 1936년 베를린에서 올림픽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프로 선수의 올림픽 출전 길이 막혔다. 올림픽 축구의 위상은 월드컵에 견줄 수 없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앞두고 IOC는 올림픽 축구 위상 제고를 원했다. FIFA는 프로선수 출전을 허용했다. 다만 ‘유럽·남미 국가는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로 제한했다. FIFA는 올림픽 축구에 연령 제한(23세 이하)도 도입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다. IOC의 볼멘소리에 FIFA는 1996년 애틀랜타부터 와일드 카드제(24세 이상 선수 3명 포함)를 도입했다.

모든 스포츠가 올림픽에 들어가려고 IOC 눈치를 살핀다. 심지어 고대 올림픽 종목인 레슬링·복싱조차 올림픽에서 퇴출당할까 전전긍긍한다. 골프·야구도 올림픽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IOC에 밀리기는커녕, 더 센 게 FIFA다. 그런 FIFA에 겁 없이 덤빈 이들이 바로 유럽 슈퍼리그(ESL)에 감히 이름을 올린 유럽 12개 슈퍼 클럽이다. 이들은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대항전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동생(UEFA) 팔을 비튼 무뢰배(ESL)를 형(FIFA)이 그냥 놔둘 리 없다.

ESL은 사흘 만에 백기를 들었다. 실패 원인으로 엘리트주의, 불공정, 불평등 문제 등이 거론됐다. 다 일리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FIFA 패싱’이다. 그건 달걀로 바위 치는 일이었고, 달걀만 박살 났다. FIFA가 한 마디로 뭔가. ‘세계 축구 통치기구’(Football’s world governing body)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축구는 무조건 FIFA에게인 것을.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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