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혔던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후보군에 뽑히지 못하고 탈락했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의 투표 결과 최종 후보군과 상당한 표차를 보이면서다.
김오수 구본선 배성범 조남관 선정 #2회 투표서 이성윤 큰 표차 탈락 #“수사 독립 위한 방패 될 수 있어야” #‘이성윤 포함’ 제안 안 받아들여져 #후보추천위 득표 1위는 조남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는 29일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열고 토론을 진행한 뒤 무기명 투표로 13명의 후보 중에서 4명의 최종 후보군을 선정했다. 9인의 추천위원이 1인당 4명씩의 선호 후보를 적어내는 방식의 투표에서 김오수(58·20기)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59·23기) 법무연수원장, 조남관(56·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이상 연수원 기수 및 가나다순)가 최종 후보로 뽑혔다.
1차 투표에서 다득표 순으로 2명(1위 조남관)을 먼저 확정한 뒤 2차 투표에서 2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천위 투표 반란 … “자기 조직 못믿는 사람 수장 자격없어”
이날 투표에서 이 지검장은 최종 후보 4명과 상당한 표차를 보이며 탈락했다. 현 정권의 최선호 후보로 알려진 이 지검장의 예상 밖 탈락에 대해 추천위원들의 ‘투표 반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 전부터 반란 분위기는 감지됐다. 추천위원 중 한 명인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추천위에 참석하면서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 특정 정치, 정치 편향성이 높은 사람도 (수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 지검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토론에서도 여러 추천위원이 “검찰총장으로서 ‘검찰개혁’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내부에서 신망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검찰총장은 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외부 압력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이 지검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투표 결과가 공개된 이후 한 위원은 “이 지검장의 근무 평가가 매우 좋은 만큼 그를 포함해 후보군을 넓히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전 총장 직무배제 과정에서 이를 ‘후방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중앙지검 내에서조차 사퇴 여론이 제기되는 등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이후 진행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불법 출금 경위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배들로부터 수사받는 처지에 놓이기까지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네 명의 최종 후보군 중 한 사람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김오수 전 차관의 차기 총장 발탁이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 전 차관은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그러나 정권 편에만 섰다는 내부 비판이 있는 데다 그 역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으로 서면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남관 대검 차장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맡는 등 현 정부와 인연이 깊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법무부에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온도 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인천 출신인 구본선 고검장은 지난해 1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해 윤 전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차장으로 일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 때 부팀장을 맡는 등 수사와 기획 업무를 두루 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 창원 출신인 배성범 원장은 중앙지검장 시절 ‘조 전 장관 가족 수사’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이후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나 “‘좌천성 승진’ 아니냐”는 평을 받았다.
◆이성윤 수사심의위 내달 10일 열기로=이 지검장 사건의 수사·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다음 달 10일 열린다. 이 지검장은 지난 22일 “일반 국민의 시각을 통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분명히 규명될 것”이라며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고 대검에 전문 수사자문단을 요청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