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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이륙 준비됐다” 큰 정부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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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큰 정부’를 제시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1년 1월 취임사에서 “정부가 문제의 근원”이라며 ‘작은 정부’를 내세운 뒤 40년간 미국을 지배한 작은 정부 철학을 버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딜 정책의 프랭클린 루스벨트(재임 1933~45년)와 ‘위대한 사회’의 린든 존슨(1963~69년) 전 대통령 등 민주당의 진보 지도자 전통을 잇게 됐다.

상하원 연설, 무기는 6조 달러 예산 #“일자리·돌봄 등 투자…중산층 재건” #바이든, 초대형 예산 통과 촉구 #“미국 최상위 부자 1%가 재원 부담”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안도 제시 #미국 1분기 성장률 6.4% 기록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현지시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최악의 전염병과 경제 위기, 민주주의 공격 속에 취임했지만 “미국은 이륙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은 절대 주저앉지 않는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6.4%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1시간5분간 이어진 연설은 상당 시간을 천문학적 금액의 경기 부양 예산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일자리 2500조, 보육·교육 2000조원 … “위기가 다시 기회로”

바이드노믹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드노믹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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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교육, 사회적 돌봄 등을 담은 4조 달러(약 45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지출 예산을 제시하며,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소개한 ‘미국 가족계획’ 예산 1조8000억 달러(약 1993조원)와 지난달 발표한 인프라 투자 구상인 ‘미국 일자리 계획’ 예산 2조3000억 달러(약 2550조원)를 더한 규모다. 이미 의회를 통과한 1조9000억 달러(약 2106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긴급구호 예산까지 더하면 총 6조 달러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로·전기·수도를 개선하고, 영유아 보육과 성인의 커뮤니티칼리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유급 병가와 돌봄 휴가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일자리 계획’을 “한 세대에 한 번 있을법한 미국에 대한 투자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일자리 계획”이라고 불렀다. 특히 이번 계획은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투자라면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한 블루칼라 청사진”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일자리의 90%는 대졸 학력이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예산이 필요한 이유로 중국과의 경쟁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21세기에 승리하기 위해 중국 및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있다”며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미국 노동자가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서 세계를 이끌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기술, 컴퓨터 칩, 청정에너지 등 미래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지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는 경쟁관계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을 네 번, ‘시진핑 주석’을 세 번 언급했다.

바이든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 가족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 가족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천문학적 예산에 필요한 재원은 부자와 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과 미국 최상위 부자 1%가 이제는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할 때”라며 “연간 40만 달러(약 4억43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소득 상위 1%의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연방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고, 연 100만 달러(11억원) 이상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현재 최고 20%에서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안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 경제 효과(trickle-down economics)는 결코 작동한 적이 없다”면서 “이제는 경제를 바닥에서 위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성장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외관계와 관련해서는 동맹과의 협력을 다짐했다. 이란·북한 핵 문제 해법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stern deterrence)’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당장 증세와 큰 정부 회귀 움직임에 공화당은 거세게 반발한다. 민주당 내 온건파도 자본이득세 인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한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 협상가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도로 건설에 돈을 쓰는 것보다 보육과 유급 휴가 등에 돈을 쓰는 걸 더 꺼리고, 세금 인상에도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석경민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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