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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 중립성이 최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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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된 김오수·구본선·배성범·조남관. 연합뉴스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된 김오수·구본선·배성범·조남관.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을 차기 총장 후보 4인이 어제 추천됐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 차장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탈락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의 피의자가 된 것이 치명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철저히 뭉갠 이 지검장이 마지막까지 총장 하마평에 올랐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여권에 뼈아픈 수사를 한 윤 전 총장과 주변 인사들은 탄압하며 ‘친정권’ 성향 검사들에겐 요직을 터 준 이 정권의 불공정성을 상징하는 대목이어서다. 이 지검장은 최종 명단에서 빠졌지만, 여전히 검찰의 중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인사가 포함된 데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피의자’ 이성윤 최종후보 4명서 빠져 #신망 높고 원칙 지킬 인사 임명해야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낸 건 지난달 5일이다. 후임 총장 후보 추천까지 55일이나 걸렸다. 이 기간 이 지검장은 최대 검찰청의 수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피의자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수차례 받았지만 불응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에서는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키더니 몰래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선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 모두 검찰이 조사 없이 기소할 방침을 정하자 29일로 예정된 총장 후보 추천위 회의 전까지 기소를 막아보려는 지연용 ‘꼼수’였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차기 총장의 요건으로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언급하며 이 지검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4·7 재·보선에서 여권에 참패를 안긴 여론을 제대로 이해한 추천위는 이 지검장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검찰총장 후보 중 김오수 전 차관에 대한 시선도 싸늘하다. 차관 시절 추미애 장관을 보좌하며 검찰과 대척점에 섰던 만큼 내부의 신망이 떨어졌다. 그는 이 정권 들어 검찰총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각종 요직의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청와대에서 감사위원으로 두 차례나 추천했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이 ‘코드인사’라 거절한 전력도 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년. 각종 수사와 차기 대통령선거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칠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따지고 보면 쉬운 문제다. 임기 말일수록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 된다. 무엇보다 검찰 내부의 신망을 바탕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한편 휘몰아칠 정치 바람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만일 이 지검장을 주요 수사의 길목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계속 중용하며 허수아비 총장을 세울 심산이라면 당장 멈춰야 한다. 그런 꼼수로는 개개인이 기소권을 지닌 검사들을 장악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정권을 향한 수사는 더욱 매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