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억 넘는 아파트, 담보대출 조인다…서울 아파트 84% 대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는 7월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넘는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한도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이 있으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올 2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100채 중 84채 정도가 대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규제지역 DSR 40% 적용 #현행 9억 넘는 아파트서 대상 확대 #마이너스통장 있으면 한도 더 깎여 #“소득 적은 서민·청년층 타격 커” #내년 7월엔 1.7억으로 줄어들고 #2년 뒤엔 8000만원밖에 못 빌려 #서울 아파트 84% DSR 40% 해당 #“대출로 집 사는 영끌 불가능해져”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위주의 가계대출 심사에 대출받는 개인(차주)별 DSR을 전면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DSR은 대출 심사 때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원금+이자)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저소득 계층일수록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든다.

차주별 DSR은 3단계로 나눠 적용된다. 우선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 내 6억원 초과(현행 9억원) 주택이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 DSR이 40%를 넘을 수 없다. 서울 아파트의 83.5%와 경기도 아파트의 약 33.4%가 적용 대상(지난 2월 기준)이 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에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되고,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원이 넘는 대출에 DSR이 적용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총대출액이 1억원이 넘는 차주는 전체 차주의 28.8% 수준이다.

서민 대출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수요자의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서울 지역의 7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며 주담대(금리 연 2.7%, 원리금 균등방식, 30년 분할 상환)를 받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우선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 대출이 없는 경우 주담대는 2억8000만원(LTV 40%)까지 가능하다.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없는 경우에는 DSR 규제가 대출 한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A씨가 한도 50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금리 연 3%)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7월 이후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 금액은 2억3000만원으로 5000만원 줄어든다. 내년 7월에는 이 금액이 1억7000만원으로 줄어 대출 가능 금액이 총 1억1000만원 감소한다. 기존에 없던 DSR 40%가 적용된 데 이어, DSR 산정 만기 기준이 현행 10년에서 7년(2021년 7월), 5년(2022년 7월)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환 기간이 줄면 1년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늘어난다.

연소득 5000만원에 빚 5000만원 땐 주담대 2.8억→2.3억  

DSR 확대도입 계획.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DSR 확대도입 계획.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총대출액 1억원이 넘는 대출에 DSR이 적용되는 2023년 7월부터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는 8000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존의 마이너스 통장만으로 이미 DSR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2000만원(DSR 40%)으로 줄어야 한다. 만약 마이너스 통장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으면 주담대에만 DSR이 적용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올라 주담대 한도를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으로 메워왔는데 이번 대책으로 이런 길이 막혔다”며 “기존 일시상환 방식의 신용대출도 대부분 만기 1년 약정이 많아 신용대출로 집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중저소득층의 경우 한도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대출 가능 금액 얼마나 줄어드나_7억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출 가능 금액 얼마나 줄어드나_7억아파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소득에 따라 대출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서민·청년층의 대출 한도가 더 줄 수 있다. 금융위는 이런 점을 고려해 장래의 소득 증가를 DSR 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예컨대 무주택자 A씨(30)는 현재 연 소득이 3600만원이지만 향후 예상 소득 증가율(23.3%)을 반영해 4014만원의 소득을 기준으로 DSR을 산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 한도는 2억2600만원에서 2억5200만원으로 늘어난다. 금융당국은 예상 소득 증가율 산정을 위해 고용노동 통계를 활용하고, 다양한 통계자료를 활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일용직 등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납부 자료, 신용카드 사용액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소득을 산정한 뒤 DSR을 산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전업주부가 신용카드로 연간 1500만원을 사용할 경우 연 소득을 3000만원으로 보고 대출을 9200만원까지 내주는 방식이다. 토지·오피스텔·상가 등 비주담대는 오는 5월부터 전 금융권에서 최대 LTV가 70%로 제한된다. 토지거래허가지역의 경우 최대 LTV 40%로 강화 적용된다. 다만 농축어업인 등 실수요자에게는 예외가 적용된다.

이날 공개된 가계부채 관리대책에는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LTV 완화 방안 등은 담기지 않았다. 현재도 서민·실수요자에 대해서는 LTV를 10%포인트 우대해 주담대를 내주고 있지만, 소득(부부합산 연 소득 8000만원)과 집값(투기·과열지구 기준 6억원 이하) 등의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우대혜택을 상향하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세부 방안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밖에 청년층(만 39세 이하)이나 신혼부부 대상 정책모기지에 만기 40년의 초장기 모기지 대출을 도입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