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익스체인지에서 도지코인 20만원어치를 포함해 잡코인 200만원어치를 사들인 A씨는 불과 몇 개월 만에 폭락 장이 찾아오자 “200만원 잃은 셈 치자”며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도지코인이 크게 오르자 잊고 있던 거래소 아이디를 떠올렸다. 하지만 코인익스체인지는 2019년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당시 A씨가 가지고 있었던 도지코인 20만원 어치를 지금 시세로 계산하면 1488만원 수준이지만 거래소가 폐쇄돼 돈을 찾을 방법이 없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개업 #실명계좌 연동 안한 곳 주로 피해 #거래소가 책임 지는 시스템 절실
우후죽순 생겨난 암호화폐 거래소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짧은 시간 많은 신생 거래소가 생겨나고 돌연 폐쇄하는 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말 그대로 ‘아무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도 1000만원만 내면 암호화폐 거래소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는 이른바 ‘컨설팅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난립하는 탓에 투자자 피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특정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해주는 대가로 코인 개발사로부터 차명계좌로 수억 원의 비트코인을 받은 코인네스트 경영진이 실형을 받았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코인네스트에 남겨둔 코인을 찾고 싶다는 투자자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으로 은행 실명 계좌를 연동하지 않은 거래소들이 무더기로 폐업할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과 달리 고객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돈을 쌓아놓을 의무가 없다. 영세 거래소 폐쇄를 앞두고 암호화폐를 옮겨 담으려는 고객이 몰리면 거래 지연이나 지급 불능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기본적인 코인 상장 지침을 만들고 거래소가 상장 권한을 갖되 정보 제공 노력을 소홀히 하거나 검증에 실패하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오프라인 고객센터가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재개장했다. 방문 인원이 적어 2019년 중순에 운영을 잠정 중단했던 곳이다. 빗썸도 지난 26일부터 강남구에 위치한 오프라인 센터를 다시 열었다. 빗썸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도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해 대면 문의를 많이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홍지유·윤상언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