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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에 따릉이 사촌들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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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바야흐로 공공자전거 전성시대다. 전국 50개 도시가 공공자전거를 운영한다. 사진은 경북 영주 무섬마을. 영주시는 2016년부터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최승표 기자

바야흐로 공공자전거 전성시대다. 전국 50개 도시가 공공자전거를 운영한다. 사진은 경북 영주 무섬마을. 영주시는 2016년부터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자전거 타기 좋은 봄이다. 요즘은 집 앞 공원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여행지에서도 자전거 타기가 어렵지 않다. 공공자전거가 있어서다. 전국 50개 시·군이 약 5만 대 자전거(통계청 2019년 자료)를 운영한다. 서울시의 ‘따릉이’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공자전거도 있고, 100만원을 호가하는 전기자전거를 공짜로 빌려주는 도시도 있다.

공공자전거로 즐기는 봄여행 #영주, 산악·전기자전거도 무료 #대전, 하루 500원으로 맞춤코스 #강릉, 킥보드로 해변 드라이브

빈손으로 훌쩍 떠나도 부담 없이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 좋은 도시 세 곳을 엄선했다. 이용법, 추천 코스까지 아울러 소개한다.

국가대표 자전거길 - 영주

경북 영주는 자전거 인심이 후한 도시다.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공공자전거 272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여소는 모두 5곳이다. 시내 자전거공원에서는 신분증을 맡기고 자전거를 빌리고 나머지 4곳은 무인 대여소 형태다. 무인 대여소는 휴대전화로 인증만 하면 된다. 자전거공원 대여소는 산악자전거와 135만원을 호가하는 전기자전거, 유아를 태울 수 있는 트레일러까지 갖췄다. 헬멧도 무료로 빌려준다. 남일권 영주시 바이크시설팀장은 “주말에만 탈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워낙 인기여서 3시간 이내 반납을 권한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자전거공원에서 남쪽 무섬마을로 가는 코스를 추천했다. 서천을 따라 무섬마을까지 가는 이 길은 국가대표급 자전거길로 명성이 높다. 2016년 행정안전부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꼽힌 소백산~무섬마을 자전거길(31.9㎞)의 약 절반인 13㎞를 달린다.

공공자전거 추천 코스

공공자전거 추천 코스

자전거공원에서 영주교 쪽으로 접어들면 곧바로 서천 둔치가 나온다. 천 양쪽으로 모두 자전거도로가 잘 나 있다. 20분쯤 달려 영주소방서를 지나면 2차선 문수로로 접어들고 곧 ‘문수역’이 나온다. 문수역은 2020년 중앙선 복선철도가 개통하면서 폐역이 됐다. 최근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어 내성천을 끼고 남쪽으로 5㎞를 달리면 무섬마을에 닿는다. 40여채 전통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다. 자전거를 타고 느긋하게 마을을 구경한 뒤 마을의 상징인 외나무다리를 걸으며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따릉이보다 여섯살 형님 - 대전

대전에서는 ‘갑천 자전거길’이 가장 인기다. 사진은 엑스포시민공원 앞 엑스포 다리.

대전에서는 ‘갑천 자전거길’이 가장 인기다. 사진은 엑스포시민공원 앞 엑스포 다리.

대전의 공공자전거 ‘타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09년 대전시청 인근에 무인 자전거대여소를 설치한 게 시작이다. 서울의 ‘따릉이’보다 6년이나 빠른 시도였다. 공모를 거쳐 충청도 사투리를 살린 정겨운 이름을 공공자전거 브랜드로 삼았다.

80대에 불과하던 자전거가 현재는 약 2300대를 헤아린다. 261곳에 무인 대여소가 있다. 이용료는 1시간 500원.

대전에는 이른바 ‘3대 하천’이 있다. 갑천·유등천·대전천이 도시를 크게 휘감아 흐른다. 세 하천 모두 전용 자전거 도로를 품고 있다. 서울 한강 공원이나 탄천 자전거길과 닮았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자전거 초보나 어린이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갑천·유등천·대전천은 서로 이어져 있어 취향대로 코스를 짤 수 있다. 1시간짜리 코스도 가능하고, 한나절 코스도 가능하다. 이른바 ‘갑천 자전거길’이 가장 대중적인 코스로 통한다. 유성구청을 출발해 갑천을 따라 카이스트·엑스포과학공원·원촌교·엑스포시민광장·유림공원을 지나는 13㎞ 코스다.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페달을 밟는 내내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다.

엑스포시민광장을 꼭 들러보자. 너른 숲과 정원, 자전거 트랙(880m)까지 갖춘 이곳은 인근의 자전거족·스케이트보더·인라인 스케이터가 모이는 레포츠 성지다. 쉼터와 매점도 있다. 엑스포 다리 위에 서면 한빛탑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바다향·솔향 넘실넘실 - 강릉

강릉시는 5월 1일부터 공공 전기자전거를 선보인다. 이색 카페가 많은 강릉 명주동.

강릉시는 5월 1일부터 공공 전기자전거를 선보인다. 이색 카페가 많은 강릉 명주동.

강릉은 5월 1일 공공자전거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휙 파인 패스’라는 앱을 내려받으면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있다. 사업 초기여서 기기가 많지 않은 점은 아쉽다. 전기자전거 30대, 전동킥보드 100대가 마련돼 있다. 김현경 강릉시 국제대회 추진과장은 “내년까지 자전거는 200대, 킥보드는 300대로 점차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릉 해변에서는 솔숲을 따라 질주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강릉 해변에서는 솔숲을 따라 질주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강릉시의 공공자전거는 미니벨로(소형자전거)처럼 아담하다. 그러나 가속 레버를 당기면 모터사이클 같이 힘차게 달린다. 시속 25㎞까지 나가고, 완충하면 60㎞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강릉역, 명주동 공영주차장, 안목 해변, 경포 해변. 거치대는 이렇게 네 곳에 있다. 이용료는 10분 1200원, 30분 3000원, 1시간 5000원이다. 대여시간 안에서 자전거와 킥보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강릉 자전거 여행은 구도심(강릉역~명주동)과 해변 코스(안목 해변~경포해수욕장)가 핵심이다. 두 코스를 각각 즐겨도 되고, 구도심에서 남대천 따라 해변까지 이동해도 된다. 강릉역에서 명주동으로 가는 길에는 ‘중앙시장’과 폐철도역을 활용해 꾸민 ‘월화거리’를 들러볼 만하다. 명주동에는 방앗간, 적산가옥을 활용한 독특한 카페가 있다.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성지’인 안목 해변에서 커피를 마셔도 된다. 안목 해변에서 경포해수욕장까지는 약 6㎞ 거리다. 눈부신 동해를 끼고 질주하면 바다향, 솔향이 폐부까지 스며든다.

최승표·백종현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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