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초원에 세웠다, 남이섬 아우 ‘탐나라공화국’

중앙일보

입력 2021.04.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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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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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 대표가 제주도에 내려간 지 8년째. 강우현식 상상나라 ‘탐나라공화국’이 4월 30일 공식 개장한다. 제주도 동쪽 중산간에 자리한 10만㎡ 면적의 이색 테마파크다. 손민호 기자

남이섬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 대표가 제주도에 내려간 지 8년째. 강우현식 상상나라 ‘탐나라공화국’이 4월 30일 공식 개장한다. 제주도 동쪽 중산간에 자리한 10만㎡ 면적의 이색 테마파크다. 손민호 기자

남이섬 신화의 주인공 강우현(68) 대표가 제주도로 내려간 지 8년째. 강우현 대표의 또 다른 상상나라 ‘탐나라공화국’이 4월 30일 정식 개장한다. 지난 8년, 제주도에 들 때마다 한림의 이 중산간 초원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하나 강 대표의 꿍꿍이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일까. 이 엄혹한 시기에 그랜드 오픈을 선언한 제주 탐나라공화국의 정체를 문답식으로 추적한다.

역발상 경영을 주장하는 강우현 대표. 칠순이 내일모레인데도 장난기가 여전하다.

역발상 경영을 주장하는 강우현 대표. 칠순이 내일모레인데도 장난기가 여전하다.

탐나라공화국이면 국가인가.
“국가 맞다. 다만 가상 국가다. 화폐도 가상이 있는데, 나라라고 가상이 없을까. 관광학에선 국가 체제를 빌려 국가 흉내를 내는 테마파크를 ‘초소형국가체(Micronation)’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120개가 넘는 마이크로네이션이 활동 중이다.”
국가라면 구성 요소가 있어야 한다.
“탐나라공화국 정문을 통과하면 출입국관리소(Immigration)가 있다. 대한민국에선 매표소라 부르는 이곳에서 비자나 여권을 발급받아야(입장권을 사야) 입장할 수 있다. 해외여행이 금지된 시절이니 이 같은 사소한 절차도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탐나라공화국엔 뭐가 있나.
“자연이 있다. 다만 사람이 만든 자연이다. 8년 전의 탐나라공화국은 초원이었다. 제주도 동쪽 중산간 10만㎡(약 3만 평) 대지에 풀밖에 없었다. 이 풀 덮인 돌밭을 허구한 날 팠다. 땅을 파다 보니 길이 났고 산이 생겼다. 산 아래엔 연못을 팠다. 빗물을 받아 80여 개 연못을 들였다. 나무는 5만 그루 이상 심었다. 탐나라공화국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현장이다.”
무작정 땅만 팠나.
“현재 탐나라공화국 국민(직원)은 강 대표를 포함해 28명이다. 이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미술 전공자다. 탐나라공화국에선 ‘미대 오빠’가 붓 대신 삽을 든다. 탐나라공화국은 밀도가 높다. 구석구석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다.”
제주 탐나라공화국의 자연은 인공 자연이다. 땅을 파고 산을 쌓고 연못을 팠다. 여기에 디자인을 입혔다. 내다 버리는 쓰레기, 이를테면 볼링핀, 소주병, 도자 파편 등으로 새 볼거리를 만들었다.

제주 탐나라공화국의 자연은 인공 자연이다. 땅을 파고 산을 쌓고 연못을 팠다. 여기에 디자인을 입혔다. 내다 버리는 쓰레기, 이를테면 볼링핀, 소주병, 도자 파편 등으로 새 볼거리를 만들었다.

강 대표는 탐나라공화국을 “내 인생 마지막의 야외 갤러리”라고 부른다. 탐나라공화국엔 강 대표 유언을 새긴 비석도 있다.

나무 5만 그루는 샀나.
“대부분 공짜로 얻었다. 나무가 필요하다고 소문을 내니 지역 주민이 “우리 밭의 나무도 캐 달라”며 찾아왔다. 경남 하동군은 차나무 1만5000주, 한화그룹은 소나무 2400주, 공무원연금공단은 편백나무 100주를 기부했다. ‘품앗이 외교’는 남이섬을 나와서도 이어졌다.”
재활용 시설이 눈에 띈다.
“출입국관리소 천장의 전등은 돼지 여물통을 재활용해 만들었고, 정문 옆의 탑 조형물은 중문단지에서 내다 버린 풍력발전기 날개를 세운 것이다. 헌책박물관엔 전국에서 보내준 헌책 30만 권이 있다. 탐나라공화국에서 남이섬이 연상된다면, 남이섬의 자연 친화적이고 재활용 우선 원칙이 여기서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탐나라공화국은 4월 30일부터 6주간 매주 부문별 개장 행사를 한다. 탐방 예약 가능 인원은 하루 100명이다. 비자(당일 이용권) 발급 비용이 1만원이니 예약이 꽉 차도 하루 100만원 수익이 전부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주도에 또 하나의 관광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순 살에 제주도에 내려와 칠순을 바라보는데, 이제 겨우 풍경이 편안해졌어요.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10년 뒤가 더 좋을 겁니다. 이렇게 들쑤셔놨으니 원상 복구는 힘들 테고. 내가 없어도 여기는 남겠지요. 제주도에 미래유산 하나 남기겠다는 마음입니다.”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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