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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마담 스피커, 마담 바이스 프레지던트…어떤 대통령도 이런 말 한 적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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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담 스피커(하원의장), 마담 바이스 프레지던트(부통령). 어떤 대통령도 연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제 그럴 때도 됐다.”

서열 3위 펠로시, 2위 해리스 호명 #미국 언론 “둘 다 여성 역사적 사건” #공화당, 중국 견제 나오자 기립박수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의장석에 나란히 앉은 권력 서열 2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3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여성에 대한 경칭 ‘마담’(Madam)을 붙여 연달아 호칭했다. 의회 연설에 나선 미 대통령 뒤에 여성이 나란히 자리한 건 처음이다. 미국 최초 여성이자 유색 인종으로 2인자에 오른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 오른쪽에, 2007년부터 대부분의 기간 3인자 자리를 지켜온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 왼쪽에 앉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기 위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부터) 등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기 위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부터) 등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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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 이날 좌석 배치는 대통령 유고 시 계승 서열 1·2위 모두 여성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MSNBC 인터뷰에서 “(역사적) 시간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 직후 바로 뒤에서 대통령의 연설문을 박박 찢는 장면으로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이날은 대통령 연설 도중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기립 박수를 유도했다.

중국 관련 연설에선 펠로시 의장과 해리스 부통령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자, 바이든 대통령을 기준으로 왼쪽에 앉아 있던 공화당 의원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민주·공화당 의원들이 함께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 드문 순간이었다. 양당 간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서도 강력한 중국 견제에 대해서만큼은 초당적 공감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성과를 제시하고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과 1조8000억 달러짜리 미국 가족 계획을 거론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는커녕 손뼉도 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듯 공화당과의 단합을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통과된 1조9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법에 대해 민주·공화당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것처럼 표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콕 집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자신의 부통령 시절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의 이름을 따 암 연구 법안의 이름을 짓도록 해준 데 대해 “내게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예정된 원고엔 없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탓에 연설 장소인 하원 본회의장에는 200명으로 제한된 참석 의원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띄엄띄엄 앉았다.

질 여사는 이민에서 총기 규제에 이르기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의제를 반영하는 인사들을 초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날 질 여사의 초청자에는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멕시코 출신 이민자 하비에르 퀴로스 카스트로가 포함됐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그는 ‘미국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 제도의 수혜자다. 버지니아주에서 아동개발센터를 운영하는 마리아 이사벨 발리비안, 총기 폭력 예방 옹호자 타티아나 워싱턴, 상원 청문회에서 최초로 증언한 트랜스젠더 청소년 스텔라 키팅, 부족 공동체를 위한 초고속 인터넷 구축에 노력한 테론 루티나도 초대됐다.

정영교·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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