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수집해 유족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8일 참모들에게 “이 회장이 미술품을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회장의 기증품의 내역을 보고 놀라움을 표했다고도 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등 상속인들은 지난 28일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등 이 회장의 소장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도 기증품 전시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특히 작품 중에는 관리가 필요한 고서 및 고지도(1만2558점)와 서화(1500점)들이 포함돼 있어 별도의 수장고는 물론 관리 인력을 보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다고 한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공간 마련에 대해 직접 지시를 하면서 ‘이건희 미술관’ 등 별도의 근대미술관 건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술계에서는 서울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직원숙소터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을 후보지로 꼽는 목소리도 있다.
문체부는 ‘이건희 컬렉션’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 기관이 연대해 공동 해외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해외 관광객이 와서 꼭 찾아가고 싶은 전시장이 국내에도 생긴다는 데 이번 기부의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