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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 비결은?”…우리는 더 일하고 수입은 절반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에서 점심 도시락을 산 회사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점심 도시락을 산 회사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해지면서 일은 적게하고 돈은 많이 버는 것은 직장인들에겐 꿈과 같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9일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는 덴마크·노르웨이·독일·네덜란드 등 4개국과 우리의 노동생산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인은 이들 나라 국민에 비해 일하는 시간은 1.4배로 더 많지만 수입은 절반에 그쳤다. 이유가 뭘까.

한경연, 유럽4개국과 한국의 노동생산성 비교 분석

한경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의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유럽 4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396시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6만187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1967시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115달러. 한경연은 "근로시간은 짧고 소득이 많은 유럽 4개국의 특징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노동유연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국내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성고용률·노동생산성 더 높아 

OECD 시간당 노동생산성.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 시간당 노동생산성.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먼저 유럽 4개국의 평균 고용률은 76.4%로 한국(66.8%)보다 9.6%포인트 높았다. 특히 네덜란드는 한국과 고용률 격차가 11.4%포인트였고, 여성 고용률 격차는 16.3%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경연 관계자는 “만약 우리나라가 네덜란드 수준의 고용률을 달성하려면 약 418만명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도 큰 차이가 났다. 노동생산성은 근로자 1인이 시간당 생산해낸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연간 근로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40.5달러로 노르웨이(84.3달러)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4개국 평균(73.3달러)을 크게 밑돌았다. OECD 36개국 중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순위는 2019년 기준 30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시간제 근로 많고 노동시장 유연해 

노동유연성 점수와 시간제 근로자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노동유연성 점수와 시간제 근로자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노동시장의 경쟁력 분야에서도 한국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에서 한국은 54.1점으로 OECD 37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노동유연성은 정리 해고 비용, 임금 결정의 유연성, 내부 노동 이동성 등 8개 세부항목을 점수화해 평가했다. 유럽 4개국의 평균 점수는 68.9점, 특히 덴마크의 경우 71.4점이었다. 덴마크의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는 OECD 국가 중 3위, 평가대상 141개국 중 4위에 해당한다.

또 유럽 4개 국가는 시간제 근로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보였다.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근로자의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37%로 한국(14.0%)의 2.6배였다. 인적 자원 경쟁력도 우수하다. WEF가 평가한 국가별 인적 자원 기술 부문 점수에서 이들 4개국의 평균 점수는 84.6점, 한국은 74점으로 나타났다. 재정을 투입하는 일자리 지원 방식도 달랐다. 한국은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이 GDP 대비 0.15%로 높았지만 직업훈련 예산 비율은 0.03%로 낮았다.

"노사가 노동시장 유연성 논의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가 되려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노르웨이·독일·네덜란드 역시 장기간에 걸쳐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협약을 통해 노동계가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30시간 미만 시간제 고용을 활성화했다. 시간제 근로자가 늘자 여성 고용률이 1985년 35.5%에서 2000년 62.7%로 높아졌다. 독일 역시 2003년 하르츠개혁을 통해 미니잡(월 소득 450유로 이하인 직업) 등 탄력적 일자리를 늘렸고, 파견 상한 기간을 폐지하고 해고 금지 규정을 완화했다. 그 결과 2005년 11.3%였던 실업률은 2015년 4.7%로, 청년실업률은 15.2%에서 7.2%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도 직접 일자리 창출보다는 직업교육 등을 통해 인적 역량을 키우고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용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생산성에 따른 보상체계, 탄력적인 근무형태 등에 대해 노사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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