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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올해 오스카 최악"…되레 역조롱 당한 '팩스 성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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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판했다가 되레 비판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그 이틀 전에 개최된 올해 아카데미 상에 대해 “유사 이래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집착하느라 지루해진 동시에 할리우드 엘리트들이 공화당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각 언론사에 팩스 또는 e메일로 전송했다. 그가 애용하던 트위터에서 강제 방출당한 뒤 언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했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수상자들이 여성과 비(非) 백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배우 윤여정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중국계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가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스카 트로피를 든 배우 윤여정. 로이터=연합뉴스

오스카 트로피를 든 배우 윤여정.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그러나 공감보다는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지미 캐멀은 성명이 나온 이튿날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시상식) 이틀이나 지난 후에야 고작 팩스로 성명서를 내는 현실이 우습다”고 비꼬았다.

캐멀은 또 “아카데미 시상식 측에서 낸 대응”이라며 “올해 시상식이 좋지 않았다면 그건 전적으로 당신(트럼프)이 지난해 우리에게 코로나19를 선사했기 떄문”이라고 전했다. 캐멀에 따르면 아카데미 위원회 측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당신은 어서 빨리 침대로 가서 TV나 보라”고 꼬집었다고 한다.

캐멀은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 오스카 상의 과거 그 자체”라며 “백인 중심에다 금에 집착하고 늙었으며 자기 잘난 줄만 안다”고 일침했다.

미국 방송인 지미 캐멀이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스카상 비판을 비판한 내용. [트위터 캡처]

미국 방송인 지미 캐멀이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스카상 비판을 비판한 내용. [트위터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석권하자 한 연설 자리에서 “한국 영화가 수상을 하다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느냐”라며 “이미 한국과 무역 등 문제가 잔뜩인데 작품상을 한국에 준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어떻게 하면 더 띄워줄까 생각만 하지 말아라”고 쓰면서 민주당의 명칭을 ‘the Democrat Party’라고 잘못 적었다. 공식 명칭은 the Democratic Party이다. 일부러 잘못 적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전후에도 문법에는 맞지 않으나 쉬운 영어 표현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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