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에 경의" "자유권 규약 지키나" 美‧UN 함께 北 인권 압박

중앙일보

입력 2021.04.29 16:43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권을 고리로 북한을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의 지독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이겠다"고 밝혔고, 유엔은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정책 검토 결과에도 인권 관련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6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주민들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지난 16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는 주민들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북한자유주간을 맞아'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 중 하나"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탈북민(defector)과 인권 공동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국내외 북한 인권 단체 등 시민사회계는 2004년부터 북한자유주간을 지정하고, 매해 세미나 등 행사를 열어 기념한다.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자는 취지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북한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상황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구실로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북‧중 접경 지역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며 "북한의 가혹한 조치가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28일(현지시간)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28일(현지시간)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 차원의 개입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HR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에 생명권과 평등권 등 자유권규약에 명시된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묻는 29개 분야의 질의서를 보냈다. HRC는 북한에 지난 2019년 한국 정부가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탈북 선원 2명에 대한 조치를 물었다. 또한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 인근에 사살 명령을 내렸는지, 이로 인한 사망 혹은 부상 사례가 있는지도 물었다. 이외에 강제 실종 문제, '성분' 제도에 따른 차별 문제, 구금 시설 내 성폭행 실태에 대한 설명도 요청했다.

국무부 "北, 가장 억압적 국가 중 하나"
유엔, 북한에 인권 실태 공개 질의
"미, 실질적 인권 개선 모색해야
민감한 사안은 다자적 접근 활용"

다만 북한이 질의에 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1981년 자유권규약에 가입해 1983년 최초 보고서, 2000년에 2차 보고서를 제출한 뒤 지금까지 추가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지난 1997년 북한은 자유권 규약을 탈퇴한다고 선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당사국으로서의 명목상 지위만 유지하고 있을 뿐 보고서 제출 등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HRC)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에 보낸 자유권규약 이행 실태 관련 질의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HRC)]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HRC)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에 보낸 자유권규약 이행 실태 관련 질의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HRC)]

북한은 최근 외부의 인권 지적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인권 유린을 이유로 북측 인사 등을 제재하자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주권 침해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한 정도다. 대변인 성명보다 급이 낮은 문답 형식을 택한 점이 눈에 띄었다. 북한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의회 차원에서 진행된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조만간 공개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도 북한 인권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방한 당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권위주의 정권", "광범위한 학대 자행"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에도 비슷한 수위의 내용이 들어간다면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질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론적 차원에서 인권 문제를 짚고 넘어가되 인도주의적 지원 등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4년 넘게 공석인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고 북한 인권에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최근 미 하원에서 가결된 북‧미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 현실화 등 인권을 고리로 한 협력도 가능하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일방적인 지적만 이어가는 '자기만족형 접근'이나 협상의 수단으로 인권을 활용하는 '도구주의적 접근'이 아닌 실제 인권 개선을 목표하는 '실질개선형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며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사안에 대해선 직접 비난보다는 유엔 등 다자주의적 차원의 접근을 시도해야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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