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공장' 편향 논란 속 '이재명판 TBS'까지…언론노조도 "도정방송 전락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1.04.29 16:04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TBS의 정치편향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판 TBS’ 설립이 가시화됐다. 경기도의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의결했다.

29일 경기도의회,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 의결
황근 교수 "TBS도 교통정보 제공한다며 시사프로 했다"

이 조례안은 경기도가 공영방송을 통해 도민의 권익 보호와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한 비용은 2026년까지 총 550여억원으로 추산됐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3월 경기방송이 폐업하자 연말까지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해 새로운 공영방송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도의회가 통과시킨 조례안은 경기도의 공영방송 설립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다.

경기도 측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지난해 경기방송이 폐업하면서 반납한 FM 주파수 99.9㎒의 새 사업자 선정 공모 참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모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방송가 안팎에서는 다음달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도 측은 후속 사업자로 낙점되면 가칭 '경기미디어재단'을 설립하고 이르면 내년 5월부터 방송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때까지 초기 공적 자본은 약 150억원이 투입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경기도 공영방송' 조례안이 공개된 이래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도정 방송'으로 전락할 여지가 높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례안에 따르면 공영방송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권은 경기도지사가 쥐고 있다. 도지사는 방송편성 책임자 임명과 방송편성규약 및 운영규정 제정, 방송광고와 협찬 운영, 프로그램 제작·판매를 비롯한 수익사업 등 권한을 총괄한다.
또한 조례안에서는 공영방송의 효율성·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지만, 재단법인 전환 전에는 전문기관에 위탁해 운영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언론계에선 TBS가 법인화 이전 서울시 사업소로 있던 시절의 모델과 유사하다고 본다.
황근 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TBS도 처음에 교통정보를 제공하겠다며 허가를 얻은 뒤 본인들 마음대로 뉴스와 시사프로를 진행하면서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추는 여론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영방송도 결국 이같은 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도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에서 유사 모델을 만들어 정치적 야심이 있는 도지사나 특정 정치세력의 나팔수로 혈세가 이용될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경기도부터 절대로 진행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폐업한 경기방송 구성원과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6월 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폐업한 경기방송 구성원과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6월 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0일 성명을 내고 "이 조례안에 기반해 방송 사업을 나선다면 시민권리 확대와 방송 독립성과는 거리가 먼 '도정 홍보방송'이 될 수 있다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정 방송사업자나 재단법인이 아니라 도지사가 방송의 편성, 편성규약부터 방송프로그램 심의기구와 시청자위원회까지 제정하고 임명한다"며 "‘공영방송’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 조건인 재단법인으로의 독립 방안도 임의 규정으로 돼 있다"고 비판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21일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도 김규창 의원(국민의힘)은 “조례안을 보면 도지사가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도지사가 광고를 주면 방송사가 도지사의 말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법안을 발의한 국중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향후 도의회가 (공영방송) 업무보고 등을 통해 협의하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27일 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형 공영방송 설립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주제발표에 나섰던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TBS와의 차별성도 보이지 않고, 단순히 TBS를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 편성과 제작의 독립성, 지배구조 구성 등 형식과 내용을 잘 갖춘 채 출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측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중립성을 위해 심의기구, 시청자위원회 편성, 옴부즈만 제도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현 지사의 대선 맞춤형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선 "공영방송의 출범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대선이 끝난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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