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오는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ㆍ배제 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 여부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ESG(환경ㆍ사회적 책임ㆍ지배구조)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투자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양성일 복지부 1차관은 29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양 차관은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산업 투자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를 열어 석탄 투자 전략을 논의했다”며 “30일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에서 투자제한 및 배제 전략을 할지 말지 정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최근 10년간 석탄 관련 투자액 약 10조원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특정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전략을 말한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선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책임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10년간 국민연금의 국내 석탄 관련 투자액은 약 10조원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이 도입될 경우 한국전력, GS, 금호석유화학, OCI, LG상사 등이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차관은 “기본 방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절감’ 필요성에 공감하며 석탄산업과 대상 기업을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핵심”이라며 “4월 말에 열릴 기금운용위에서 석탄 산업 범위나 대상기업 범위를 규정하진 않는다. 앞으로 논의하면서 개정하겠단 것이고 구체적인 부분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 차관 “결혼·출산 선택적 개념으로 변해”
이날 복지부는 6월부터 부처별로 저출산ㆍ고령화와 관련된 인구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양 차관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이제는 결혼과 출산 모두 선택적 개념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개인화 현상과도 얽혀서 문화적 현상으로 굳어져 단기적ㆍ중장기적인 정책 효과로 출산율이 반등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부터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가동 중이고 여성ㆍ고령자 고용률 제고, 평생 교육, 거점 도시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는 사회보험에 대해 고민하는데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성·전문성 제고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 시행 한달 동안 33건
한편,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 관련해선 이달 28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총 33건의 즉각분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양 차관은 “29일 0시 기준 141건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즉각분리가 33건이고 응급조치가 108건”이라며 ”즉각분리가 없었던 지난해에는 4월 한 달 동안 91건의 응급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즉각분리제도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아동일시보호시설,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입소시키거나 적합한 위탁 가정에 일시 보호하는 제도다. 응급조치의 경우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현장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을 했다면 즉각분리제도는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요건이 충족하면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
양 차관은 “분리 이후 어떻게 아동을 보호하고 가정을 회복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아동 쉼터나 일시 보호시설 확충, 위탁아동 가정보호 사업을 신설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