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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경제틀 바꾸는 ‘디지털 뉴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61)

‘디지털 뉴딜’. 분명 뉴스를 통해 자주 들어왔다. 작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대한민국의 ICT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인데, 이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디지털 기술로 인한 생활의 변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 나에게 디지털 뉴딜에 관해 물어본다면? ‘경제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심드렁하게 답했을 거다.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사업육성,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등 분야별 주요 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메일함에 쌓여 있는 뉴스레터마다 관련 소식이 가득하지만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왔다. 5G 시대를 칭송하는 광고, ‘메타버스’의 시대를 조망하는 기사, 빅데이터와 AI를 도입한 스타트업은 그저 주변의 변화일 뿐, 직접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기에 이런 흐름이 나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실감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310개 기업이 참가한 대규모 IT 관련 전시 ‘월드IT쇼 2021’. [사진 김현주]

310개 기업이 참가한 대규모 IT 관련 전시 ‘월드IT쇼 2021’. [사진 김현주]

이노베이터(Innovator, 혁신수용자)는 커녕 얼리어답터(Early Adaptor, 선각수용자)도 아닌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무언가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그제야 눈을 돌리는 신기술에 무딘 사람이었다. 글로는 알고 있지만(주제에 꽂히면 열심히 찾아서 읽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탑재된 물건이나 서비스를 체험하는 일을 즐기지 않는 사람 말이다.

그러던 내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아무래도 일자리가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건 정부 정책에 맞춘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기에, 잡지를 제작하던 이전보다 빠르게 디지털 시장의 변화에 관한 내용을 습득해야 한다. 기관 직원을 위한 관련 교육도 많고, 뉴스 등 새로운 정보도 시시각각 클립핑해 전달된다.

지난주에도 IT 관련 행사에 부서 동료들과 함께 참관했다.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1’. 코로나19 이후 정말 오랜만에 직접 가본 오프라인 행사였다. ‘5G 날개를 달고 디지털 뉴딜을 펼치다’라는 슬로건처럼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는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이 시연되었는데, 5G 시대 디지털 뉴딜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310개의 기업이 차려놓은 부스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다니다 보니 디지털 뉴딜이라는 게 내가 생각했던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움직임만이 아닌 나의 생활에 꼭 필요한, 어쩌면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로 생활을 하고 있기에 더 익숙해졌는지 모르겠다.

5G, AI/IoT, 디지털SOC, K-사이버 방역, 비대면솔루션, AR/VR, 데이터. ‘디지털 뉴딜’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수도 없이 들어본 기술들을 직접 체험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생활 가까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5G, AI/IoT, 디지털SOC, K-사이버 방역, 비대면솔루션, AR/VR, 데이터. ‘디지털 뉴딜’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수도 없이 들어본 기술들을 직접 체험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생활 가까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2주년이 된 지금 이동통신사들은 관련 망의 구축확대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해 디지털 생활의 확장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만 들으면 뉴스 멘트 그대로이지만 직접 가서 그 기술을 체험하니 이해가 바로 됐다. 클라우드를 구독해 게임을 하고, 호텔 내 방 안에서 음성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서비스를 요청하는 것부터(KT), 놀이기구처럼 설치된 좌석에 착석해 VR기기를 착용한 후 수백 미터 아래 바닷속을 탐험하는 듯한 초현실 세계를 경험한다(SK텔레콤). 3차원의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무엇인지 단번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가전 분야에서도 IT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제품과 디자인, 컬러를 선택하고 공간의 컨설팅까지 받는다. 360가지 색상 중 원하는 색상을 골라 주문할 수 있다니(삼성전자) 반가울 뿐이다. 시청할 때는 화면이 펼쳐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본체 속에 화면을 말아 넣는 롤러블 TV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어 대접하는 바리스타로봇(LG전자)까지, 전시장을 돌다 보니 이 새로운 기술들이 바꾸게 될 집안 풍경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됐다.

자신의 모습을 화면으로 함께 보며 스쿼트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마련한 새로운 시대의 홈트 존이다.

자신의 모습을 화면으로 함께 보며 스쿼트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마련한 새로운 시대의 홈트 존이다.

개인 취향에 맞춰 컬러 배색을 선택할 수 있는 LG 오브제 컬렉션 냉장고(좌). SK텔레콤의 메타버스존(우)..

개인 취향에 맞춰 컬러 배색을 선택할 수 있는 LG 오브제 컬렉션 냉장고(좌). SK텔레콤의 메타버스존(우)..

하긴 지금도 딸아이는 핸드폰 속 누군가를 불러 날씨를 물어보고 궁금한 내용의 검색을 요청한다. 아, 회사 앞에는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서빙까지 해 주는 무인카페가 오픈했다. 행사장 내 여러 부스에서 시연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영상 분석을 통한 데이터 수집 서비스, 비대면 디지털 오피스에 관한 각종 서비스 등도 생각해 보니 이미 어느 정도는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매일 아침 열감지 인식 카메라를 통과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줌으로 강의를 듣고, 클라우드에서 스케줄을 공유하며 챗봇을 통해 상품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이미 내 생활 속에도 ICT 기술이 확실하게 들어와 있었구나. 이런 기술기반 서비스와 제품들이 더 정교화하고 다양해지며 확장해 경제 전반의 틀이 변하는 것이 디지털 뉴딜이라는 게 직접 보니 더 빨리 이해가 됐다.

알아야 하고 따라야 하지만 가능한 한 천천히, 이렇게 숙제처럼 느껴졌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조금 더 친근해진 듯하다. 이제는 읽는 것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손을 뻗어 느껴봐야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만고의 진리 아닌가.

전 코스모폴리탄·우먼센스 편집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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