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골목상영부터 OTT영화까지…'코로나 뉴노멀' 전주영화제 29일 개막

중앙일보

입력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중 단편 애니메이션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중 단편 애니메이션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굶주림 속에 두 아이마저 지방정부에 빼앗길 위기의 일용직 노동자가 중앙정부에 호소하기 위해 300㎞를 걸어 수도로 향한다(‘아버지의 길’).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우한에선 당국의 무능 속에 병원 안팎 생존 분투가 벌어진다(‘코로네이션’).

29일 개막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사회파 영화 '아버지의 길'

29일부터 열흘간 전북 전주 일대에서 개최되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아버지의 길’과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이하 코로나, 뉴노멀) 상영 다큐멘터리 ‘코로네이션’ 내용이다. “영화는 계속된다”는 슬로건과 함께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예년과 같은 정상 개최를 결정한 올해 전주영화제에선 정치‧사회적 목소리가 강조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온라인 상영작 142편을 유료 상영하는 등 총 48개국 194편이 영화제 기간 전주 영화의거리 내 영화관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관객을 만난다.

개막작 '아버지의 길' "버림받은 개인, 시스템과 싸움"

29일 배우 권해효‧박하선의 사회로 포문을 열 올해 영화제 개막작은 세르비아 사회파 감독 스르단 고루보비치의 네 번째 장편 ‘아버지의 길’이다. 감독에 따르면 “정의를 쟁취하기 위해 고향에서 수도 베오그라드까지 수백㎞를 걸어간 한 남성의 실화가 토대”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주인공의 아내가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남편의 2년치 임금을 체불한 직장에 찾아가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는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개막작 '아버지의 길'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전쟁이 남긴 상흔을 20년간 영화로 담아온 고루보비치 감독은 영화제와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이 “버림받은 개인이 홀로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며 모국 세르비아에 대해 “민주적이고 개방된 사회로 나아갈 가망성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는 무능함과 민족주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파노라마 관객상,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한 영화에 주는 상) 등 2관왕을 차지하며 호평을 받았다. 전진수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만들어낸 어설픈 사회 안전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버지의 길’은 그런 문제들에 의문 부호를 던진다”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전주영화제 제작지원 다큐 '노회찬, 6411' 첫선

다큐멘터리의 강세도 올 전주영화제의 특징이다. 영화제가 직접 투자‧제작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부문에선 2018년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의 생전 신념과 철학을 조명한 180분여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감독 민환기)가 최초 공개된다.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선 EBS PD였던 김진혁 감독이 2013년 반민특위 관련 다큐를 만들다 회사로부터 제작 중단 명령을 받고 퇴사한 뒤 과거 취재한 반민특위 관련자들을 다시 만나 재구성한 다큐 ‘여파’가 상영된다.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프론트라인’ 부문에선 홍콩 민주화 운동을 다룬 다큐 ‘입법회 점령사건’ ‘붉은 벽돌벽 안에서’도 볼 수 있다.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중 김아영 감독의 18분 단편 SF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중 김아영 감독의 18분 단편 SF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코로나, 뉴노멀’ 특별전에선 지난 1년간을 거울처럼 비춘 세계 각국 작품 11편이 선보인다. 핀란드 거장 미카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자비로운 밤’은 실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가 내려진 헬싱키의 파산 위기 술집에서 고독한 세 남성이 나누는 삶의 이야기를 새겼다. 극중 ‘코로나’란 이름의 파리 날리는 술집은 실제 감독이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가게였다고 한다. 이탈리아 정부의 오랜 봉쇄 조치 속에 밀라노에 사는 57명의 감독이 고군분투를 발랄하게 담은 ‘코로나의 밀라노’, 트럼프 시대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코로나 대처를 담은 다큐 ‘토탈리 언더 컨트롤’도 포함됐다.

중국·미국 정부 코로나 무능 그린 다큐도 상영

이외에도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최초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이 각국 영화인들의 팬데믹 일상을 모아 무의식까지 들여다본 다큐 ‘포옹’, 미국 실험영화 거장 제임스 베닝이 팬데믹첫 한 달간 자택에서 스스로 삶을 응시한 ‘낙원의 길에서’가 각각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영화보다 낯선’ 부문에 선보인다.

여성 감독의 약진도 돋보인다. 국제경쟁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 작품이 선정됐다. 문선경 프로그래머는 “올해 전체 상영작 중에서도 여성 감독 작품이 (예년보다 많은) 41% 선정됐다”면서 “그동안 많이 보여지지 않은 (여성 시선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집중되는 것 아닌가” 분석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여성 감독 상영작도 대거 포진했다. 사진은 ‘월드시네마: 스포츠는 여성의 것’ 부문 상영작 영화 '세상을 드는 소녀들'. 같은 부문에서 상영작으론 일본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아마추어 배구팀이 1964년 올림픽까지 출전한 실화 영화 ‘동양의 마녀들’, 조지아의 전설적인 여성 체스 마스터 4인에 관한 ‘여왕에게 영광을’ 등도 주목된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전주영화제는 여성 감독 상영작도 대거 포진했다. 사진은 ‘월드시네마: 스포츠는 여성의 것’ 부문 상영작 영화 '세상을 드는 소녀들'. 같은 부문에서 상영작으론 일본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아마추어 배구팀이 1964년 올림픽까지 출전한 실화 영화 ‘동양의 마녀들’, 조지아의 전설적인 여성 체스 마스터 4인에 관한 ‘여왕에게 영광을’ 등도 주목된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방역 안전 속 골목서 영화 트는 야외 상영 진행

한편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코로나 확산 초기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개최했던 경험을 바탕삼아, 올해는 거리 두기 단계별 방역 조치에 따른 세분화한 진행 방안을 마련했다. 전주시는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1.5단계로 낮췄다. 이에 따라 영화제 측은 지난해 불발된 영화의거리 내 소규모 골목 상영회를 영화제 기간 안전한 방역을 전제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주시청광장에서 아르헨티나 다큐 ‘강아지와 함께한 날들’을 반려견과 함께 관람하도록 기획했던 야외 상영은 장고 끝에 취소했다.

올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6일 개막 기자회견에서 “작년엔 국가나 정부 단위에서 매뉴얼이 전혀 없었지만 올해는 (영화제 자체적으로) 1~5단계 매뉴얼을 마련했다”면서 “관객과 영화 관계자가 극장에서 직접 만나는 게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 보고(영화제를 준비했다). 해외 게스트는 영화가 끝나면 온라인으로 직접 연결해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