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영재학교 입학한 학생, 의대 진학땐 '성적 불이익' 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9 12:01

업데이트 2021.04.29 16:21

지난 2019년 8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고입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9년 8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고입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내년부터 전국 영재학교 8곳에 입학하는 학생은 의대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영재학교에 지원할 때 학생과 학부모는 의대 진학 희망 시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에 서약해야 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입학 후 의대에 진학하려 하면 학생부를 입시에 불리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일부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 시 장학금을 환수하기도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자 8개 학교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영재학교 학생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적용한다고 29일 밝혔다. 협의회에는 경기과고‧광주과고‧대구과고‧대전과고‧서울과고‧한국과학영재학교‧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영재학교는 이공계‧과학분야 우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돼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한다. 대부분 과학고에서 전환돼 학교명에 과학고가 들어가지만, 다른 과학고와 달리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설립‧운영된다.

의대 희망하면 일반고 전출 권고, 대입서 불이익

영재학교가 제시한 의대 진학 제재 방안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영재학교 입학 후 학생이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면 학교 측은 대입 관련 상담‧진학지도를 하지 않고 일반고로 전출을 권고한다. 또 정규수업 외 시간에 기숙사‧독서실 등 학교시설 이용을 제한하고, 영재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투입된 교육비‧장학금도 환수한다. 현재 영재학교에 지원하는 교육비는 학생 1인당 연간 약 500만원 수준으로 일반 고등학생의 연간 교육비 총액(158만)의 3배가 넘는다.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한 곳인 한국과학영재학교 전경. 중앙포토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한 곳인 한국과학영재학교 전경. 중앙포토

학생이 이후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의대 진학을 고집하면 대입 진학 시 불이익을 준다. 대입 전형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영재학교 활동이 드러나지 않도록 제공하는 식이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학교의 특징을 알 수 있게 학생들의 교육‧성취도에 대한 자료를 별도로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의대 진학 희망 학생에 한해선 학점 대신 석차등급을 제공하고, 연구활동‧창의적체험활동 같은 활동도 기재하지 않은 학생부를 제공해 대입에서 불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영재학교 재학생도 학교별 상황에 맞게 제재방안을 최대한 적용해 영재학교 설립 목적에 따라 이공계 진로‧진학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물론 이런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정시모집으로 의대에 가려는 영재학교 학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불이익이 커진만큼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이 굳이 영재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는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의대 6곳에 합격한 학생이 출연해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영재학교 출신이 의대에 진학한 것은 학교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재학교의 의약학계열 진학 비율은 6.8%다.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의 학생들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방안을 통해 앞으로 영재학교 학생들이 이공계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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