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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사라져" "통합 포기"…'바이든 100일' 평가도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 [미 의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 [미 의회]

취임 100일을 맞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만, 깊어진 정치 양극화의 골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약속은 적게, 실행은 많이 한 100일" #"트럼프 100일은 광기, 바이든은 능숙" #양당 지지자간 지지도 격차는 역대 최대 #"현재 긍정평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그는 기대치에 대한 게임을 잘 알고 있다"며 "그동안 약속은 적게 하면서 실행은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까지 1억 명의 미국인에게 백신을 맞히겠다고 약속한 일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들었다. 지난달 중순 이 목표를 이미 달성한 그는 2억 명 접종으로 목표치를 올린 뒤 지난주 다시 이 숫자를 넘겼다.

NYT는 대통령 업무가 트럼프 시절에 비해 다시 지루해졌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트위터를 통해 고함치고, 툭하면 폭스뉴스에 나와 횡설수설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모든 일을 '로키(Low-key)'로 진행하며 다른 편을 자극하는 일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의 취임 후 100일은 광기였지만, 바이든의 100일은 능숙함이었다"며 두 대통령을 비교하는 논설을 실었다. 집권하자마자 러시아 스캔들이 터지고, 미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선거 캠프 수사 개시에 이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해임되는 등, 사건이 잇따랐던 트럼프 정권 때에 비하면 바이든 정권은 '무(無) 스캔들' 상태라고 했다. NYT는 "불을 지르기보다는 편안하게 하는 것이 바이든의 목표"라며 "정치적 양극화의 열기를 식히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7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56%다. 취임 100일 시점을 기준으로 한 같은 기관 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63%,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9%로 이보다 높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55%, 트럼프 전 대통령은 41%로 낮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중간 정도의 수치지만, 지지자들 간의 차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정치분석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이 분석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들은 96%나 됐지만,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선 11%밖에 안 됐다. 그 격차가 85%포인트나 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다. 부시 때가 57%포인트, 오바마 때가 60%포인트였고, 트럼프 때에도 77%포인트에 그쳤다. 파이브서티에잇은 "미국 정치가 얼마나 양극화돼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며 현재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경기 부양책 등이 높은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여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을 앞두고 나온 양당 수장의 평가도 엇갈렸다. 민주당의 척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분열 분노 적대감을 부추기지 않았다"며 이를 통해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바꿨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통합이 아니라 자기들의 세력 기반을 닦기 위해 취임 후 100일을 보냈다고 비판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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