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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수출금지했는데…수출가공구 설치로 엇나가는 북한

중앙일보

입력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대외 수출이 금지된 북한이 중국과 접경지역에 수출특구를 설치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9일 밝혔다.

북한이 지난 1일 인민경제계획 수행의 사례로 꼽은 무산광산연합기업소[뉴스1]

북한이 지난 1일 인민경제계획 수행의 사례로 꼽은 무산광산연합기업소[뉴스1]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24일 함경북도 무산군 새골리 일부지역들에 무산수출가공구를 내온다(설치한다)”며 “무산수출가공구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권이 행사된다”고 전했다. 수출가공구는 수출촉진을 위한 일종의 특구다. 북한은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수출가공구 운영 방안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 무산이 북중 접경지역이고 무산이 철광석과 석탄 등 대표적인 광물산지라는 점에서 중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재가공하는 방식(OEM) 또는 광물 가공 시설을 운영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 남포시와 황해북도의 진도 수출가공구와 와우도ㆍ송림 수출가공구 등을 비롯해 관광특구 등 20여 곳의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특구 운영은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2017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석탄 등 광물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제재를 결의(2371호)했고, 현재까지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이어서 북한의 수출특구 설치 배경이 주목된다. 사실상 북한이 광물은 물론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꺼낸 수출 특구 카드가 의외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닫았는데, 교역 재개 조짐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겠다는 뜻이거나, 미국과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규모 대북지원을 시사했고, 미ㆍ중간 외교ㆍ경제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뒷배나 북ㆍ중 밀월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판단일 수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코로나 19의 확산을 우려해 국경을 닫기는 했지만, 자력갱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언젠가는 국경을 열기 위해 대비하고, 북미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중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시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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