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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 해방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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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경남 김해시는 ‘외국인 노동자 해방구’로 불리는 곳이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영남권 외국인들이 평소 공장이나 농장 등에서 일하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곳에 와 옷도 사고 술과 음식도 사 먹으며 친목과 정보를 교류하는 장소가 됐다.

그런 곳이 최근 치안 불안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잇따라 외국인들 간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 계기지만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 관련 범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외국인이 영화처럼 흉기를 들고 떼로 몰려다니며 패싸움을 하는 모습은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6월 김해 외국인 집단 난투극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김해 외국인 집단 난투극 모습. [연합뉴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최근 김해시 한 외국인전용클럽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인 혐의(특수상해)로 캄보디아인 11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전 0시 20분쯤 부원동 외국인클럽에서 패싸움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에도 이 클럽에서 한 차례 싸움을 벌였다. 당시 양측의 싸움으로 3명이 클럽에서 쫓겨났는데 당시 쫓겨났던 3명과 일행 2명 등 5명이 지난 11일 클럽을 다시 찾았다가 앞서 싸움을 했던 또 다른 캄보디아인들을 만나면서 패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이날 충돌로 캄보디아인 1명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이곳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부원동 한 주차장에서는 지난해 6월 20일 야구방망이·쇠파이프·쇠사슬로 무장한 외국인 수십 명이 뒤엉켜 집단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범행을 주도한 23명을 구속하고,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집단 난투극은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전국구 조직 형태의 A그룹(가칭 경기 안산파)과 부산·경남을 근거로 모인 B그룹(가칭 김해 동성동 파) 소속 외국인들이 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충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재외동포 3세 고려인들로 대부분 20~30대였다.

김해지역은 우즈베키스탄·중국·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평소에도 범죄가 잦은 곳이다. 지난해 269건(폭력·절도·사기 등 180건), 올해 47건(폭력·절도·사기 등 14건)의 외국인 관련 범죄가 발생했다. 이곳이 언제든 대형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곳의 외국인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고작 4명뿐이다. 김해지역 외국인 2만2000명(불법체류자 5000여명 포함)을 관리하는 것만도 부족한 숫자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날로 흉포화되고 조직화 되는 외국인 범죄를 맡겨두고 있다. 경찰이 이렇게 안이하게 외국인 범죄에 대응한다면 ‘외국인 해방구’가 ‘외국인 범죄 해방구’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위성욱 부산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