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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대치동'에서만 볼 수 있다는 놀라운 풍경

중앙일보

입력

 5점 정도인 것 같아요.

최근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이 있다. 한 외국인 남성이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돌발 영어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다. 영상 크리에이터인 이 남성은 학생들에게 딱 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 첫째는 영어가 가능하냐 묻는 말이었고, 둘째는 본인의 영어 실력에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냐는 질문이었다.

[사진출처=더우인 @카이옌잉위(开言英语)]

[사진출처=더우인 @카이옌잉위(开言英语)]

영상의 ‘킬링 포인트’는 학생들 반응이었다. 대뜸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낯선 외국인에게 학생들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영어로 응수했다. 쓴 단어와 문장들은 어색함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유창했고, 소위 ‘친글리시액센트’도 딱히 없었다. 놀란 표정으로 두 번째 질문을 하는 외국인 남성에게 학생들은 “이 정도는 다들 기본으로 하지 않나” 말하며 자신의 영어 실력에 딱 5점을 줬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명문대생 배출하는 이 학교

인민대부속중(人大附中,런따푸중)은 중국 최고의 명문 중·고등학교다. 이름대로 중국 인민대학교의 부속학교인 이곳은 베이징 하이뎬취(海淀区) 중관춘(中关村)에 있으며, 중국에서 가장 많은 ‘칭베이(칭화대와 베이징대)’와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는 학교다.

 인민대부중 학생들의 모습 [사진출처= 인민대부중 공식 홈페이지 캡처(좌) / 신경보(우)]

인민대부중 학생들의 모습 [사진출처= 인민대부중 공식 홈페이지 캡처(좌) / 신경보(우)]

이 학교의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농담 중 하나가 “공부 안 하면 바로 옆 대학 간다”라는 말이다. 옆 대학이란 곧 인민대학교를 지칭한다. 베이징에서 칭화대와 베이징대의 바로 뒤를 이으며, 전국에서도 10위 안에는 꼭 드는 인민대는 이곳에서 '공부 안 하면 가는 학교'다.

이 말은 그저 학생들의 치기 어린 '허세'인 것만은 아니다. 이 한 학교에서 배출되는 칭베이대생 배출률은 웬만한 하나의 성(省)급 전체를 압도한다. 2020년 수능이 끝나고 공개된 대학 입결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에서만 169명의 학생이 칭화대와 베이징대에 진학했다. 그 외에 64명의 학생은 해외 대학을 진학했는데, 19명이 세계 30위권 대학에, 44명이 50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뒀다.

[사진출처=루베이라오스]

[사진출처=루베이라오스]

중국에서는 이 인민대부속중을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칭화대, 베이징대를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에도 '중카오(中考)'라는 시험을 본 후 희망 고등학교에 지원하는 구조인데, 각 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중학생들이 이 고등학교에 모인다.

'중국판 대치동'에 위치한 이 학교?

 인민대부속중 정문 풍경[사진출처= 바이자하오(좌) / 텅쉰쟈오위(우)

인민대부속중 정문 풍경[사진출처= 바이자하오(좌) / 텅쉰쟈오위(우)

이 인민대부속중은 베이징에서도 명문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하이뎬취(海淀区), 그 안에서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관춘 부근에 있다. 베이징 중심부에서도 거리가 있는 4환(四环)임에도 이곳은 우수한 학군 때문에 높은 집값을 자랑한다. ‘중국판 대치동’이라 보면 비슷한 느낌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거주하며, 이들의 최대 목표는 자녀들을 인민대부속중 – 칭베이로 진학시켜, 이곳 하이뎬취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 하이뎬취의 저녁 시간대에 카페에 가면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 한 명과 이 인민대부속중 체육복(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커피 한 잔씩 시켜 놓고 '프리토킹 영어 수업'을 하는 장면이다. 앳된 얼굴이지만 유창한 영어로 사회, 과학, 외교 등의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이들, 어려서부터 철저한 ‘엘리트 교육’으로 만들어졌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곳에서는 원어민 선생님뿐 아니라 이름난 과외 선생님들의 시급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몇 달 전 화제가 된 '인민대부중 학부모의 과외 모집 공고'. 선생님의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력과 성적, 신체, 성격 조건 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출처=첸장완바오]

몇 달 전 화제가 된 '인민대부중 학부모의 과외 모집 공고'. 선생님의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력과 성적, 신체, 성격 조건 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출처=첸장완바오]

몇 달 전 화제가 된 '인민대부중 학부모의 과외 모집 공고'. 선생님의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력과 성적, 신체, 성격 조건 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첸장완바오

화제의 영상에서 보인 아이들의 수준급 영어 실력은 이런 철저한 조기교육으로 만들어진다. 학교에서 회화 수업이 따로 있긴 하지만, 사실 이들이 모두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유한 것은 이들이 '별다른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SNS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목격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학생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 보다 이들의 학업적 재능과 노력을 인정해 주는 반응이 더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댓글 창에서는 “이 학생들은 공부 쪽에서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을 살린 것뿐, 이들을 질투할 필요가 없다. 사실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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