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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고소했나…비판전단 뿌린 청년 '모욕죄' 송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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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을 살포한 30대 청년이 햇수로 3년째 수사받은 끝에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될 상황에 놓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19년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을 국회에 살포한 혐의(모욕 등)로 김정식(34) 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8일 김씨에 통지했다.
김씨는 2019년 7월17일 국회 분수대 주변에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 뭉치를 뿌린 혐의(대통령 문재인 등에 대한 모욕)로 강도높은 조사를 받아왔다. 휴대전화를 포렌식 명목으로 석달간 압수당했고 경찰에 10차례 가까이 출석해 추궁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경찰에 '나를 송치한 혐의가 문 대통령 모욕과 경범죄 위반이 맞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형법상 친고죄인 모욕죄는 문 대통령 본인이나 문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고소해야만 기소할 수 있어 법리상 문 대통령(측)이 김씨를 고소했을 것이란 추정이 제기된다.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면 이례적이다.
그러나 경찰은 "누가 나를 고소했느냐"는 김씨의 질문에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함구해 논란이 일고있다. 김씨는 "수사 받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했으나 경찰은 '누군지 뻔히 알 건데 내 입으로 못 말한다''알면서 왜 묻나. 내 입으로 그게 나오면 안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김재원 변호사는 "모욕죄 피의자는 고소 주체와 시점 등 정보를 당연히 알 권리가 있는데도 경찰이 알려주지 않은 건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 지적했다.
 중앙일보가 경찰에 "문 대통령이 김씨를 고소했나"고 묻자 "그건 말하기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법리상으론 문 대통령이나 그의 위임을 받은 이가 고소했다고 밖에 볼 수 없지 않나"고 묻자 "알아서 하라(쓰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2020년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서도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말한 바 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