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백기'의 반전…핏대 세운 홍남기에 野 "강원지사 나가나"

중앙일보

입력 2021.04.28 15:26

업데이트 2021.04.28 15:35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이 4·7 재·보선 이후 ‘곳간지기’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때는 역대 최약체 경제부총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은 거침없이 정치권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정계입문용 몸풀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직무대행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7일 기재부 기자간담회에선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서도 “가상자산 과세를 그대로 진행하겠다. 조세 형평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과세 유예 주장이 일부 분출되는 민주당 시각과는 론론,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가져온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한 김부겸 총리 후보자 입장과도 결이 다르다.

야당과는 핏대를 세우며 설전을 마다치 않는다. 19일 대정부질문에서 “현재 속도라면 집단면역 달성에 6년4개월 걸린다는 평가가 있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그런 잘못된 뉴스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같은당 허은아 의원이 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이 민주당의 기호 1번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을 때는 “지하철역 출구가 1∼8번이 있는데 1번 출구 사진을 찍고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받아쳤다.

홍 직무대행이 대정부질문 사흘 내내 강경한 태도로 야당과 각을 세우자 21일 국민의힘에선 “전에는 안 그랬는데, 내년에 강원지사 출마한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이상한 답변을 하고 있다”(유의동 의원)는 공개 질의까지 나왔다. 홍 직무대행은 여기에도 “전혀 이상한 답변이 아니다”라며 각을 세웠다.

‘홍백기’ 오명 부른 당정관계, 사표 파동까지

7전 8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7전 8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홍 직무대행은 경제부총리 취임 초만 해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옅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2015~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2016~2017년) 등 요직을 거친 뒤, 문재인 정부에서 곧바로 국무조정실장(2017~2018년)·경제부총리(2018년~)로 영전한 특이한 이력이 오히려 초반엔 주목받았다.

교체설에는 7차례나 휘말렸다. 2019년 6월에는 총선 차출설, 지난해 4월에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에 반대했다가 교체설이 일었다. 같은해 7월에는 부동산 책임론으로 인한 사퇴설이 나왔고, 10월에는 임기 2년(12월)이 장수 장관이라며 개각 대상으로 지목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2019년 3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2020년 3월) 등 당정 의견충돌 상황에서 연전연패했다. 소신 없이 여당에 끌려다닌다는 이유로 ‘홍백기’(홍남기+백기투항)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등 오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사표 파동까지 생겼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안이 좌절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즉시 반려했음에도, 홍 직무대행이 이후 국회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직접 언급해 거취 논란이 거세졌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 “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며 재신임을 공식 발표한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최장수 경제부총리 반전, 강원지사 출마설 커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올해 들어 홍 직무대행의 존재감은 지난해와는 다르단 평가가 많다. 우선 과정은 험난했지만 지난 1일 윤증현 전 장관이 세운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842일)을 갈아치웠다. 4·7 재·보선 직후 단행된 개각에서도 교체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청와대는 결국 유임을 선택했다. 김부겸 후보자 임명 때까지 총리 자리를 대행하며 정부 내 존재감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내달 소폭 개각 때 홍 직무대행이 교체될 거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선 유임설쪽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홍 직무대행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자리를 비운 이후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여권 핵심부에서 나온다.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홍 직무대행이 야당을 상대로 핏대를 세운 것도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홍 직무대행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강원지사에 출마할 거란 얘기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 강원지역의 한 민주당 인사는 “홍 직무대행에게 강원지사에 욕심이 강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강원도내 한 정치권 인사도 “지역에서는 여권 후보로 홍 직무대행이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군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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