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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성 집단 확진…학원가 방역 비상 "백신 우선접종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에서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에서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강남 대성학원에서 학생‧강사 등 총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가운데, 학원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학생 확진자가 대부분 무증상이고, 통원 중이라 코로나19가 인근 학원이나 편의시설로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

강남 대성학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재원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학원 측은 즉시 2000여명(재원생 1800여명,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했고, 그 결과 학생 2명을 포함해 강사‧조교‧직원 등 총 9명이 추가 확진됐다. 대체로 나이가 어린 확진자들은 검사 전까지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발 집단감염 지역사회 전파 잇따라

최근 학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 동구에서는 이달 초 한 보습학원을 시작으로 20여일 사이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보습학원에서 인근 고등학교와 학원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감염 규모가 커졌다. 서울 금천구‧영등포구에서도 학원 관련 누적 확진자가 지난 21일 기준 12명 발생했다.

대전에서 학원을 매개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학교, 가족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대전 동구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대전에서 학원을 매개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학교, 가족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대전 동구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중‧고교생 모두 확진자가 증가했다. 올해 3월 초까지는 지난해 등교수업 시기(6~7월, 9~12월)보다 학생의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학 후인 12주차(3월14~20일)와 14주차(3월28일~4월3일)를 비교하면 전체 신규 확진자 가운데 중학생 연령대(13~15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에서 23.1%로 상승했다. 고등학생 연령대(16~18세) 확진자 비율도 24.0%에서 24.6%로 소폭 늘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27일 한국학원총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학원 관계자들이 선제적으로 유전자증폭(PCR)검사 받도록 권고했다.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추가 전파를 막으려는 조치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기숙학원 종사자들만 자체적으로 2주마다 PCR 검사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유행'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학생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유행'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학생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PCR선제검사 권고, 실효성 낮을 듯

하지만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원 관계자에게 PCR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학교처럼 이동식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학원 종사자들이 증상도 없는데 보건소를 찾아가서 PCR 검사를 받기는 눈치도 보이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도 “학원장‧강사가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겠다고 하면 몰라도 연합회 차원에서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원 관계자 대상 백신 우선 접종을 검토 중이다. 간담회에서 학원연합회는 정부에 학원 종사자를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교사나 학원 강사나 똑같은데, 학원 종사자만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에서 빠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현미 교육부 학원정책팀장은 “학원 측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방역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학원을 매개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학부모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초등 3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모(38‧서울 금천구)씨는 “학원에서 마스크 착용 준수 등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해서 믿고 보냈는데, 계속 확진자가 나오니까 불안하다”며 “당분간 아이의 외부활동을 자제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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