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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시험 응시 1년새 절반 줄어…한류인기에도 코로나 여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 37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몰렸던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지난해엔 21만 명 대로 뚝 떨어졌다. 한류 열풍은 거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험을 못 치른 국가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87개 해외국가와 국내에서 치러진다. 사진은 지난 2013년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모습.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87개 해외국가와 국내에서 치러진다. 사진은 지난 2013년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모습.

28일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이 공개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TOPIK 지원자 수는 21만8869명으로, 전년(37만5871명)의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접수 인원도 적었지만 응시자 수는 더 적었다. 지난해 응시자 수는 13만3461명으로 전년(30만68명)의 44%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동안은 10명이 접수하면 8명은 응시했지만 지난해엔 10명 중 4명은 접수를 해놓고도 응시하지 않았다.

TOPIK 응시자 5년전 수준으로 떨어져

최근 5년간 TOPIK 응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5년간 TOPIK 응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TOPIK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의 한국어 사용능력을 측정·평가하는 시험으로, 한류 열풍 확산과 동반해 인기를 얻어왔다. 2015년 20만 명 수준이던 지원자 수는 2017년엔 29만 명을 넘었고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엔 37만 명을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TOPIK 지원자 수가 줄어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류 열풍이 대중음악과 영화 등 전방위로 불면서 전세계 한류 동호회 회원은 지난해 9월 사상 처음으로 1억 명을 넘겼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14년 79개국 2170만 명 수준이던 한류동호회는 2016년엔 85개국 5838만 명, 2018년 94개국 8919만 명으로 꾸준히 불어났고 지난해엔 98개국 1억478만 명에 달했다.

한류동호회 1억명인데…“한국어 수요, 코로나19에 억눌려” 

지난 1월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는 전세계 28만 명이 관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티켓 수익만 100억 원에 달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지난 1월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는 전세계 28만 명이 관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티켓 수익만 100억 원에 달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TOPIK 응시자 감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찬윤 국립국제교육원 팀장은 “일 년에 6차례 치러지는 시험 중 지난해엔 한 차례 취소되기도 했고, 취소되지 않은 회차에도 국가별 방역지침에 따라 시행하지 못한 나라들이 많았다”면서 “러시아 같은 경우 지난해에 한 차례도 치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또 “코로나19 상황이 해결된다면 그동안 쌓였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원·응시자 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TOPIK 뿐 아니라 지난해 어학연수·교환학생 등 비학위과정 유학생은 전년대비 32% 감소하는 등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도 줄었다”면서 “올해에도 TOPIK 지원자나 유학생 수는 정체 또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현재 TOPIK시험은 종이 기반의 시험이다. 사진은 2013년 서울 동국대 문화관에서 한 이탈리아인이 쓰기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현재 TOPIK시험은 종이 기반의 시험이다. 사진은 2013년 서울 동국대 문화관에서 한 이탈리아인이 쓰기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TOPIK은 현재 듣기·읽기와 쓰기(중·고급수준인 TOPIK II의 경우) 능력을 종이 시험지로 평가하는 PBT(Paper Based Test·지필 시험)이다. 여기에 말하기 시험을 추가하고 전체 시험을 IBT(Internet Based Test·인터넷 기반 시험)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을 지난해 첫 삽을 떴지만, 응시자들이 컴퓨터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기까진 2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은 “올해 국내에서 시범 시행 뒤 내년에는 말하기 평가부터 도입해 내후년부터는 모든 영역에 PBT·IBT 방식을 병행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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