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텀블러 들고 다니면 나도 친환경적 인간

중앙일보

입력 2021.04.28 14: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7)

요즘 친환경이 대세인 것 같다. 환경 운동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며 앞다투어 친환경에 대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친환경을 외치니,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나는 친환경적 인간인가?’ 온라인 쇼핑으로 수많은 물건을 택배 상자로 받았고, 배달음식으로 끼니때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냈다. 한가지 변명거리를 찾자면 그래도 나름대로 분리수거는 열심히 했다. 어떻게 측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분리수거율 87%로 세계에서 가장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분리수거를 했음에도 많은 쓰레기가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기사를 봤다. 쌓여가는 택배 상자와 플라스틱 용기를 보니 돈을 쓰고도 죄책감이 느껴진다.

미약하게나마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예전엔 이런 생각 못 했는데 딸이 생기니 다음 세대가 걱정된다. 자식을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할 순 없지 않나. 이렇게 아버지가 되고, 철이 드나 보다.

그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친환경 라이프를 위한 아이템, 역시 쇼핑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자더니 물건을 산다고 하면 코미디 같지만, 계속 낭비하는 것보다 환경을 위한 아이템 한번 사두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한번 사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친환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텀블러, 손잡이가 있어 휴대가 편하다. [사진 한재동]

친환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텀블러, 손잡이가 있어 휴대가 편하다. [사진 한재동]

친환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텀블러다. 어느 대기업의 사내 카페에서는 다회용 커피잔을 활용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고 하고,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머그잔 사용을 권장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나 많은 인플루언서가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며 솔선수범한다. 그런 걸 보면 나도 저런 텀블러를 하나 가지고 싶다.

이왕이면 집에 남아도는 텀블러를 찾아 들고 다니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일 것이다. 만약 없다면 하나 사는 것도 좋겠다. 주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텀블러 중 뚜껑에 손잡이가 달린 제품이 눈에 띈다. 들고 다니기 편한 디자인이라, 점심 먹을 때 가지고 나가서 식사 후 티타임때 잊지 않고 텀블러를 쓰는 모습이 힙(Hip)해 보인다.

텀블러뿐만 아니라 다회용 빨대까지 사용하는 분도 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스테인리스부터 실리콘까지 다양한 재질과 색상이 있고, 이름이나 문구를 각인해주는 서비스까지 있다. 쓰다 보니 여러 번 쓸 수도 있고 생각보다는 편리한데, 빨대의 특성상 보관이 어렵고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 않아 결국 잘 안 쓰게 되는 것 같다. 음료를 마실 때 가장 친환경적인 행동은 역시 개인 텀블러에 받아서 입대고 마시는 것 같다.

친환경적인 마트 쇼핑에는 장바구니가 필수다. 장바구니가 없으면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거나 부직포 쇼핑백을 사게 되는데, 많은 양의 식자재를 담기에는 용량이 적고 무엇보다 비싸다.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장바구니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는 것 같다. 빨간색 ‘코스트O’ 장바구니와 파란색 ‘이케O’ 장바구니가 바로 그것이다. 전혀 상관이 없는 마트에 가도 그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사실 나도 가지고 있는데, 용량이 크고 튼튼해서 잘 쓰고 있다. 처음에는 쇼핑하는 마트의 경쟁사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민망한 일일까 싶기도 했지만 환경을 위한 일인데 뭐 어떠랴.

장바구니는 역시 크고 튼튼한게 좋다. [사진 이케아, 코스트코]

장바구니는 역시 크고 튼튼한게 좋다. [사진 이케아, 코스트코]

만약 집에 분리수거함도 없다면 부직포 분리수거함을 추천한다. 분리수거할 때 들고나오기도 편하고 디자인도 이쁜 게 많다. 분리수거함까지 갖췄다면 이제 정말 제대로 된 분리수거에 도전해 보자. 우리 집 분리수거 왕으로서 생각건대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은 ‘역지사지’의 자세인 것 같다.

우리가 내놓은 분리수거는 선별처리시설에서 다시 한번 분리수거 되는데, 그때 선별하는 분의 손이 최대한 덜 가게 해야 더 많은 재활용품이 빛을 보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집어내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니, 상자는 스티커와 테이프를 모두 제거하고 플라스틱류는 최대한 잘 씻어 분해한 뒤 내놓아야 재활용률이 높아진다.

분리수거하러 나가다 보면 멋진 디자인의 제품들이 눈에 띈다. [사진 11번가]

분리수거하러 나가다 보면 멋진 디자인의 제품들이 눈에 띈다. [사진 11번가]

좀 더 손쉬운 분리수거를 위해 택배 상자 테이프를 제거하기 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테이프를 제거하려다 손을 베이거나 손톱을 다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박스테이프를 쉽게 뗄 수 있는 아이템은 발명되지 않은 것 같다. 대신 인터넷에서 쉽게 테이프 떼는 방법을 발견했는데, 상자의 옆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발로 밟아서 테이프가 살짝 들린 다음에 떼라고 한다. 이런 건 왜 학교에서 안 알려주는 걸까.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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