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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文 '복심' 양정철 "美, 한·일 과거사 문제 개입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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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7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웹사이트에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 비핵화는 궁극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7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웹사이트에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통해 "북한 비핵화는 궁극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은 한국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인정하고, 한국이 설득·압박과 함께 인내와 대화, 평화의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달 귀국한 文 '복심' 양정철 전 원장 #"북핵 20년, 비핵화 해결책 제시 실패" #"궁극적으론 인내심 갖고 단계적으로" #"한일 과거사는 개입할 문제 아니다" #대중문제엔 "한국의 투트랙 이해해야"

또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며, 한일 관계 악화는 일본이 잘못된 과거를 깨지 못한 탓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웹사이트에 게재한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A new Look at the Korea-US Aliance)’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보고서에서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고, 이 기간에 한미 양국은 합의나 이견으로 다양한 접근법을 동원해왔다”며 “하지만 한미 어느 정권도 북한 비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양국 모두 최선의 독특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그것이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핵 문제”라며 “양국이 이 문제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를 안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전쟁 이후 본토를 공격당한 적 없는 미국과 달리 한국민은 한국전으로 죽음과 공포, 폐허를 경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쟁 억제력에 관해서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절박하다. 미국에 선택의 문제인 전쟁은 한국인에겐 생사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최우선이지만 한국은 비핵화와 동시에 전쟁 억제와 긴장 완화 모두 중요하다”며 “미국은 한국이 설득과 압박과 함께 인내, 대화와 평화의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석유 부족은 북한 사회의 큰 위험 요소”라며 “이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석유 등 전쟁 물자를 보급할 가능성은 낮기에 북한은 전면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양 전 원장은 미국의 지원과 양국 동맹 관계를 토대로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 구축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한 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위해 자국민들의 피로 막대한 대가를 치렀고, 이 희생이 한국에서 가장 보람있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양국은 많은 도전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 출발점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자부심에 걸맞게 한국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 원장은 “한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된다는 점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며 “’돌아온 미국’이 달라야 하는 핵심 중 하나는 양국이 동맹으로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양정철 전 원장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27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CSIS 캡처]

양정철 전 원장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27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CSIS 캡처]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은 한국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에서 잘못된 과거를 깨지 못한 일본에 있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며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만약 개입해야 한다면 오직 공정한 중재자 역할 정도로 그쳐야 한다”며 “미국이 이 상황을 이용해 편익을 도모하려고 한다면 한국인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전 원장은 미·중 갈등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에 누구 편이냐 따지는 것은 매우 파편적이고 피상적인 질문”이라며 “안보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두고 경제는 다자협력으로 가는 한국의 ‘투트랙 접근’을 미국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해 단선적 접근이 아닌 복합적 접근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전략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한국이 미·중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함으로써 동북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양 전 원장은 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3개월간 활동한 뒤 이달 귀국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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