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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1조원 ‘의료공헌’…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7000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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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우상조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우상조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산 중 1조원이 우리나라의 의료사업을 위해 기부된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 같은 기부가 고인이 생전에 약속한 사회 환원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뜻을 모았고, 인류사회 공헌과 아동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기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부로 13년 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이 지켜지게 됐다.

2008년 4월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로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중 1조원 가량이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부하는 1조원은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이 쓰인다.

구체적으로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로 사용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금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구축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는 3000억원 중 2100억원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간 총 1만7000여명의 어린이가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접수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환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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