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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상속 재산 26조…상속세 12조원, 미술품·의료공헌에 4조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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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가족에게 26조원에 이르는 상속 재산을 물려줬다. 이에 따라 유가족은 12조원대 상속세를 내겠다고 신고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속세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다 의료공헌, 미술품 기부 등 4조원대 사회공헌 계획도 내놨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고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부동산·미술품 등 26조원대 재산 남겨 #감염병‧소아암 등 의료공헌에 1조원 기부 #미술품 3만4000여 점 국립박물관 등에 기증 #유족 “이건희 회장 유지 따라 사회공헌 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가족을 대신해서 삼성전자는 28일 “고 이 회장이 남긴 삼성 계열사 지분과 미술품‧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가족은 연부연납을 신청해 2026년까지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도 상속세를 연부연납하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남자 자유형 결승전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남자 자유형 결승전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연부연납을 하더라도 유가족은 우선 이달 30일까지 2조 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달 고 이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 관장, 이 부회장 등이 받은 1조342억원의 삼성전자 배당금이 상속세 납부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조원은 유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수천억 원의 신용대출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 회장이 남긴 주요 재산으로는 먼저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이 있다. 시장 가치로 18조9633억원이다. 여기에 미술품, 부동산, 현금 등을 더하면 총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됐다.

감정가 3조원 어치 미술품 기부 

고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국보 등 고미술품 1만1000여 건, 서양화 등 미술품 2만3000여 점도 있다. 업계에선 미술품의 감정 평가액만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여기에 부동산과 현금 등 예금성 자산이 4조원 정도다.

주요 부동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단독주택 1245㎡(약 377평)가 있다. 공시가격이 431억5000만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주택이다. 시세는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시가격이 349억6000만원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단독주택 3422㎡(약 1037평),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부지 같은 부동산이 있다. 올해 고 이 회장 몫의 삼성전자 배당금 7462억원 등 예금성 자산도 있다.

고 이건희 상속재산 내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 이건희 상속재산 내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가족은 우선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을 위해 1조원을 기증한다. 5000억원은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에 기부해 최첨단 연구소 신축 등에 쓰인다. 더불어 앞으로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린 어린이 환자를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한다.

미술품도 기증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인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과 고지도, 고서 등 2만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등 미술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으로 간다.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작품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사진 삼성문화재단]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작품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사진 삼성문화재단]

고 이 회장은 평소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컸고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다양한 예술품을 수집했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 당시엔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뜻을 밝혔다.

그간 재계에선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유가족이 예술품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술업계에선 국보 등 중요한 문화재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금전적인 가치뿐 아니라 대부분 모으려고 해도 사기 어려운 예술품들”이라며 “팔지 않고 사회에 환원해서 많은 사람이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한 조치는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고 이 회장이 남긴 삼성 계열사 지분은 아직 분할 배분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지난 26일 고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를 공동 보유하겠다는 내용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오너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효율적인 배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가족 간 상속 지분 분할은 미정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17.33%)과 삼성전자(0.7%), 삼성생명(0.0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서는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상당 부분이 필요하다. 유가족은 각각 이달 30일까지 상속받은 주식 내용을 종목별로 과세관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일단 법정 상속 비율이나 잠정 합의대로 상속하는 것으로 신고하고 이후 분할 비율을 정해서 국세청에 수정 신고할 수 있다.

법정 상속 비율을 적용하면 홍 여사가 9분의 3(33.33%),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22.22%) 지분을 받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 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고 이 회장은 평소 사회 공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1987년 삼성전자 회장 취임사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술품 기증과 의료 관련 기부는 고 이 회장의 이런 뜻을 이어가겠다는 차원이라고 유가족 측은 밝혔다. 유가족은 또한 삼성전자를 통해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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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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