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마지막 인사…“행복하세요. 행복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8 01:18

업데이트 2021.04.28 09:54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27일 선종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최근까지 하신 말씀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 추기경이 이날 오후 10시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90세.

허 신부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최근에 정 추기경님을 찾아뵈었을 때 하신 말씀인데, 이후로는 건강이 악화해 말씀하시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평소 생명운동을 이끌었던 정 추기경이 생전에 한마음한몸동운동본부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기에, 선종 후 각막기증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 2월 21일 몸에 심한 통증을 느낀 뒤로 주변 권고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입원 초기에는 몸 상태가 극도로 악화하는 등 몇 번의 고비를 넘겼으나 꾸준히 건강을 되찾으면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본당과 신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고통과 이별 없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시길”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지 하루가 지난 28일 새벽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선종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지 하루가 지난 28일 새벽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선종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자정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서는 정 추기경의 선종미사가 거행됐다. 선종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주교들과 명동성당 사제, 교계 취재진 등 제한된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염 추기경은 미사에서 “정 추기경은 태어나시자마자 며칠 만에 바로 이 (명동)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미사 복사를 서고, 첫 영성체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고, 신품 성사를 받고, 주교가 돼서 봉직하시다가 서울에 오셔서 서울교구장으로 사목하시다가 주님 품에 오늘 안기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고인이 1970년 주교품을 받으며 첫 사목 표어로 삼았던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를 언급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선물을 주셨다”고 애도했다.

아울러 “정 추기경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선물로 주셨다. 장기기증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며 “정 추기경은 언제나 물질로부터의 자유로운 마음이었고, 자유로운 분이셨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와도 같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았고, 우리들을 품어주셨다”고 추모했다.

염 추기경은 “이 미사 중에 정 추기경을 하느님께서 당신 품에 받아 주시어, 이제는 고통과 이별도 없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시기를 기도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엄격해 보이셨지만, 소탈하면서 겸손하셨다.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했다.

정 추기경의 장례는 이날 자정을 넘어 거행된 추모미사를 시작으로 천주교 의례에 맞춰 5일장으로 치러진다. 정 추기경 시신은 이날 밤 12시 넘어 빈소인 서울대교구 명동성당 대성전 제대 앞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됐다.

신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은 장례 나흘째인 30일 정 추기경 시신이 정식 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유리관에 안치된 시신 가까이서 마지막 인사를 올릴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킨 채 조문에 참여해야 한다. 참배 시간을 지난 밤사이 시간대에는 명동성당 신부와 수녀들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06년 2월 22일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 받은 정진석 추기경이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과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06년 2월 22일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추기경으로 임명 받은 정진석 추기경이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과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정진석 추기경 선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진석 추기경 선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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