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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00일…기후변화 정상회의, 아프간 철군은 전략 전환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2021.04.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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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채인택 기자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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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오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전략 대전환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 40개국을 초청한 지난 22일의 기후변화 화상 정상회의와 14일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완전 철군과 전쟁 종식은 이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동맹 강화 통한 중국 압박에 더해
에너지 주도권 앞세운 글로벌 전략
석유자립에 탄소제로 주도 자신감
탄소 배출 29% 차지 중국에 압박

22~23일의 기후변화 정상회의는 탄소 제로 드라이브로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군사력·경제력·과학기술력과 함께 에너지로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탈탄소 경제 전환을 앞세우면서 글로벌 경제·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신사업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변화 극복을 앞세웠지만, 탄소 제로 정책은 사실 과학기술과 경제 기반이 탄탄한 미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가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영상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가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영상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탄소 배출에서 글로벌 ‘민폐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부를 둔 비영리 과학자 단체인 ‘참여과학자연합(UCS)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을 보면 흥미롭다. 중국(29%)·미국·(15%)·인도(7%)·러시아(5%)·일본(3%)·독일(2%)·이란(2%)·한국(2%)·사우디아라비아(2%)·인도네시아(2%)의 순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게 되면 가장 압박받는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의 탄소배출 비율은 미국·인도·러시아를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이 탄소 배출 없는 태양열 패널로 서부 사막을 덮고, 동부 해안에 줄지어 원전을 건설하고 있지만 갈 길이 여전히 멀다.

조 바이든

조 바이든

게다가 중국은 탄소 제로와는 별도로 현재 석유에 가장 목말라 하는 나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와 미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을 종합하면  2019년 하루 석유 소비 순위는 미국(1940만 배럴)·중국(1405만 배럴)·인도(527만 배럴)·일본(381만 배럴)·사우디아라비아(378만 배럴)의 순이다. 다음이 러시아(331만 배럴)·한국(276만 배럴)·캐나다(240만 배럴)·브라질(239만 배럴)·독일(228만 배럴)이다. 미국은 석유에 아쉬울 게 없지만, 중국은 갈증이 심하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1일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해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석유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에서 경제는 곧 정치이기 때문이다. 매년 시장에 유입되는 노동력을 고용하려면 어느 정도 성장을 유지해야 체제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 고용불안은 곧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되며 이는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반면 미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셰일 혁명으로 2020년 기준 세계 1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3위의 수출국이 됐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일일 석유 생산 순위는 미국(1130만 배럴)·러시아(986만 배럴)·사우디아라비아(926만 배럴)·캐나다(420만 배럴)·이라크(410만 배럴)의 순이다. 그 뒤를 중국(388만 배럴)·아랍에미리트(UAE·313만 배럴)·브라질(293만 배럴)·이란(266만 배럴)·쿠웨이트(262만 배럴)가 잇는다. 미국이 석유 확보를 위해 중동에 개입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이런 자신감을 보여주는 바이든의 대표적인 결정이 지난 14일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발표다. 아프가니스탄은 중동은 아니지만, 이란과 접경하고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인도와 대륙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난 7일로 개전한 지 19년 6개월을 넘었다. 그동안 미군 2420명이 전사했다.

미군 개입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베트남전(10년 2개월, 전사 4만7434명)·이라크전(8년 9개월, 3519명)·제2차 세계대전(3년 8개월, 29만1577명), 한국전쟁(3년 1개월, 3만3739명), 필리핀-미국 전쟁(3년 1개월, 4165명), 제1차 세계대전(1년 7개월, 5만3402명)을 뛰어넘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된다. 특히 미 브라운대의 2019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퍼부은 자금은 2020년 예산을 포함해 모두 9780억 달러에 이른다고 BBC는 전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상회의와 탄소 제로 카드는 에너지 과소비국인 중국과 산유국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는 무기일 수밖에 없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시각도 변할 수밖에 없다. 탄소 제로 경제를 추구한다면 중동 석유의 전략적·국제정치적 가치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1조 달러 가까운 전비를 쏟아 넣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 선언 없이 철군을 결정한 배경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사안에서 발 빼는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손절매한 셈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국익·패권 추구를 감추고 민주주의·인권 확산, 도덕주의와 선의를 앞세웠지만 한계에 부딪히자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따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국익과 유권자 요구에 맞춘 대외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이는 현재 미국이 재정비하고 있다는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펼칠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회의 도도한 흐름을 살필 때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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