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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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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처용무(處容舞)는 악귀를 몰아내고 왕실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처용의 가면을 쓰고 추는 궁중 무용이다. 신라 헌강왕 때 집에서 역신(疫神)을 쫓아낸 처용 설화에서 유래했다. 역신이 퍼뜨린 병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천연두와 비슷한 전염병으로 짐작된다.

일부 학자들은 처용이 신라 밖에서 왔으며 역병을 물리치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곳은 페르시아다.

이란에 전해져 내려온 중세 서사시 『쿠쉬나메』에 따르면 페르시아가 이슬람 제국에 멸망하자 마지막 왕자 아비틴은 바실라(신라)로 피신했다. 그는 신라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 신라 왕자 가람과는 친구가 됐고, 신라 공주 프라랑과 결혼해 아들 파리둔을 얻었다. 아비틴과 처용이 동일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역지사지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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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이 살던 무렵 신라는 외국과의 교역을 활발히 벌이는 국가였다. 흥덕왕 9년(834)에 사치 풍조를 막기 위해 내린 교서를 보면 에머랄드(瑟瑟), 비취모(翡翠毛), 공작의 꼬리(孔雀尾), 침향(沉香) 등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모두 수입품이다. 신라의 수입 품목에는 약재도 있었는데 이중 다수가 아랍과 페르시아에서 들어왔다. 이 지역은 당시 세계에서 의학이 가장 발달한 곳이었다. 처용이 역병 등을 퇴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가장 고통받는 국가 중 하나가 페르시아의 후예, 이란이다. 27일 현재 확진자 241만명으로 중동권 국가 중 가장 많다. 우리도 딱히 도울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 안타깝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