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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빼곤 다 맞는다…3주전 입국 교환학생 "나도 접종" [이스라엘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라엘에 도착한 지 열흘째. 수도 예루살렘의 한 아파트에서 자가격리를 해온 중앙일보와 JTBC 취재진은 격리가 해제됐다. 공식 자가격리 기간은 2주지만, 9일째 PCR 검사를 해 음성을 받으면 남은 기간을 면제해 준다. 이틀 전(현지시간 25일) 받은 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

27일(현지시간)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코로나19 백신 임시 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27일(현지시간)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코로나19 백신 임시 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해진 27일 오전, 첫 취재지로 예루살렘 시청사 안에 자리한 코로나19 백신 임시 접종소를 찾았다. 이스라엘 민간 의료관리 기구인 ‘쿠팟홀림’ 미가입자들에게 백신을 놔주는 곳이다. 이스라엘은 공공이 아닌 민간 보험사를 중심으로 백신 사업을 하는데, 임시 접종소는 주로 의료보험을 감당하기 버거운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외국인 유학생·저소득층 등이 찾는다. 이곳도 운용은 군(軍)이 맡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접종센터에서 군인이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27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접종센터에서 군인이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임시 접종소 앞 길게 선 줄 

취재진이 도착한 오전 11시30분쯤엔 이미 접종실 입구부터 250~300명가량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제복을 입은 여군의 통제 아래 신분확인이 이뤄졌다. 신분증만 보여주면, 접종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 줄은 오히려 길어졌다.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18일부터 실외에서 더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1m 이상 간격을 띄는 거리두기도 없었다. 이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이 피부에 와 닿았다.

본지 김민욱·임현동 기자, ‘백신 접종 1위’ 이스라엘 가다

27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접종소 모습.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27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접종소 모습.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교환학생은 되지만 관광객은 불가 

현재 예루살렘 곳곳에서 운영하던 내국인 대상 접종소는 거의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미 원하는 사람은 대부분 접종을 했기 때문이다. 이젠 접종 후순위였던 외국인과 단기체류자들이 대상이다.
줄을 서고 있던 프랑스 출신 엘리는 자신을 히브리대 교환학생이라고 소개했다. 3주 전에 입국했고,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쳤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보다는 이스라엘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교환학생으로 오게 됐다”며 “예루살렘시와 대학 측의 광고를 보고 여기 와봤는데 실제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긴장한 모습으로 기다리던 엘리는 결국 백신을 맞고 돌아갔다.

취재진도 이참에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지난 17일 이스라엘 특별입국 때 공항에서 발급받은 관광비자(B2)를 내보였다. 하지만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단기 체류자 중 관광객은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고 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 백신접종센터에서 엘리 쿠체드(왼족)와 루비드 프랑스 교환학생이 백신 접종을 받기위해 줄 서 있다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 백신접종센터에서 엘리 쿠체드(왼족)와 루비드 프랑스 교환학생이 백신 접종을 받기위해 줄 서 있다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예루살렘=임현동 기자

너무 빠른 접종 

임시 접종실 안에서는 6명이 동시에 맞을 수 있다. 접종실을 빠져나온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문진 과정이 간단했다고 한다. 발열이나 기저질환(지병) 등 건강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혹시 모를 이상 반응에 대비하려 15분간 머무는 대기실도 없었다. 이렇게 신속히 접종이 진행됐지만,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었다.

팔레스타인 출신 이사알씨도 이날 부인과 2차 접종을 마쳤다. 예루살렘 노트르담 호텔의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 상태다. 이사알씨는 “이곳 임시접종소를 알게 돼 아내와 함께 왔다. 그나마 백신을 맞아 다행”이라며 “1년 동안 일을 못 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제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그물망 접종방식은 결국 이스라엘의 높은 접종률로 이어졌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1차 접종률은 62.2%로 집계됐다. 2차 접종자도 57.9%(현시시간 25일 기준)에 달할 정도다.

27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접종소 앞 길게 선 줄. 예루살렘=임현동기자

27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청 임시접종소 앞 길게 선 줄. 예루살렘=임현동기자

접종도 군사작전처럼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불과 4개월만에 집단 면역의 문턱까지 도달한데는 초기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이 겪고 있는 백신 ‘보릿고개’도 없이 꾸준히 물량이 공급됐다.

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한국처럼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인데, 이번 접종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 덕을 봤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IDF)은 백신 확보와 보급, 현장 지원 등 접종 캠페인 전반에 투입됐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군 정보국이 주도하는 ‘코로나19 국가 정보 지식센터’를 결성했다. 이 센터는 정부 각 부처, 의료 기관, 전 세계 연구 발표들에서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당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센터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엔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백신이 골고루 전달되는지 파악하고, 부작용 사례를 당국에 보고하고, 변이 바이러스 추적하는 역할도 맡았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선 군은 코로나19 추적·검사·격리 조치를 주도하고 병원에 지원 인력을 파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확진자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6일 이스라엘 전체 확진자는 60명으로 보고됐다. 나흘째 100명 미만이다. 위중증 환자는 150명이고, 현재 1720명이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누적 코로나19 환자는 83만8084이다. 이 중 6352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0.76%다. 한국(1.52%)보다 낮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서울=임선영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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