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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블’ 디스플레이 개발자 “앞으론 자동차·항공기에 백짓장처럼 얇은 화면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전자가 이달부터 화면을 돌돌 마는 ‘롤러블 TV’를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에 이어 미국·독일·호주 등 해외 16개국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소비자가격 1억원이라는 ‘비싼 몸값’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인주 LG디스플레이 팀장 인터뷰 #이달부터 미국·독일 등 16개국서 판매 #개발 기간 4년, 부품 국산화율 70%대 #“휘어져도 깨지지 않는 게 핵심기술”

지난 1월 ‘소비자가전쇼(CES) 2021’에서 이 회사는 ‘롤러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업 종료’를 선언하면서 롤러블폰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롤러블 TV가 더욱 주목받는다. 김인주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 기구설계 2팀장은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중앙일보는 27일 김 팀장으로부터 롤러블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스플레이를 휘어지게 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  
“개발자로서 TV를 사용하지 않을 때 화면을 돌돌 말아 없앨 수 있다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액정표시장치(LCD)로는 화면을 둥글게 말 방법이 없어서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플렉서블(Flexible· 유연함) 구현이 가능한 올레드가 개발되면서 본격 추진했다.”
제품 개발에 얼마나 걸렸나.
“실제로 개발을 시작한 건 2016년이다.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했으니 4년 남짓 걸렸다. 설계 전문가와 협력업체,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인주 LG디스플레이 올레드 TV 기구설계 2팀장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옆에 서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김인주 LG디스플레이 올레드 TV 기구설계 2팀장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옆에 서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

딱딱한 디스플레이를 종이처럼 휘어지는 기술은 어떻게 가능한가.
“올레드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복잡한 부품 없이 종이 한 장, 즉 1㎜ 두께의 얇은 디스플레이로 TV를 만들 수 있다. 구조가 간단하고 얇아서 화면을 구부리거나 접거나 돌돌 말 수 있는 거다.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화면이 말리거나 펴지는 순간에도 화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기술은 뭔가.  
“두께 1㎜의 올레드를 둥글게 말면 그 안의 부품이 깨지거나 파손될 수밖에 없다. 휘어져도 깨지지 않을 ‘초박형 글래스(Glass)’ 제작이 핵심이다. 설계단계부터 롤러블 구현이 가능하도록 회로부품을 통합하고 소형화했다. 여기에다 특수 올레드의 유기·무기 박막을 얇게 씌우는 박막봉지(Encapsulation) 재료 개발, 분리형 백 커버 부품 개발 등이 합쳐져 화면을 둥글게 말 수 있었다. 장비‧소재‧부품의 국산 사용률이 70%대다.”
롤러블이 적용된 전자제품은 TV뿐인가.  
“현재는 상용화한 것은 TV뿐이다. 앞으론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각종 디바이스와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화면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숨겨뒀다가 필요할 때 펼쳐 쓸 수 있는 방식을 다양한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는 언제쯤 적용될까.  
“대형TV에 적용된 기술과 또 다른 다양한 구조에 대한 검토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원가도 낮출 수 있으면 다양한 롤러블 제품이 보다 빨리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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