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세운상가정비 징계해야"…오세훈 재개발도 영향받나

중앙일보

입력 2021.04.27 15:30

업데이트 2021.04.27 18:05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이 서울 사대문 안 최대 재개발 사업인 세운재정비촉진사업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27일 지적했다. 사업시행자가 주민 동의를 충분히 얻지 못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인가를 내준 문제가 적발됐다.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은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때 시작됐다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땐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사업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실시한 세운재정비촉진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사업시행자(더센터시티)는 2017년 3-1, 3-2구역 등의 사업 내용 변경을 추진했다. 예컨대 기존에 인가받은 계획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3-1구역과 3-2구역에 주거시설을 골고루 나눠 지어야 했다. 그런데 3-1구역에는 주거복합시설을 짓고 3-2구역에는 업무시설을 몰아 짓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런 계획 변경은 3-2구역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이 반발할 일이었다. 기존 계획으로는 주택 분양권을 받을 수 있지만, 업무시설이 100% 들어서면 현금 등으로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도시정비법은 사업계획을 변경할 때 주민에게 변경 내용을 알리고, 찬반 의사를 표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하지만 감사 결과 사업시행자는 이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중구청은 2018년 3월 사업시행변경계획 인가를 내줬다. 중구청이 앞서 2017년 3-2구역 사업시행계획 인가 때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절차가 누락됐는데도 이 계획을 승인했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지자체가 주민보다는 사업시행자에게 유리하게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감사원은 “(중구청이)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했다”며 관련 공무원 6명에 대해 징계 또는 주의처분을 요구했다.

세운지구는 2006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며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중단됐다가 2011년엔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전 시장이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서울시는 2014년 세운정비사업을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일부 존치 방식으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될 위기에 놓인 을지면옥의 입구. 한은화 기자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될 위기에 놓인 을지면옥의 입구. 한은화 기자

하지만 2019년 3-2구역에 있는 을지면옥 등 유명 노포(老鋪)들이 철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개발 중단 여론이 커졌다. 박 전 시장은 재개발 사업 일시중단을 선었했다. 서울시의 사업 중단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판단해달라는 공익감사청구가 감사원에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서울시가 향후 공청회 등을 연다는 이유로 감사엔 착수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가 을지면옥 등을 결국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초 사업이 다시 추진됐다.

이날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세운지구 3구역 재정비사업에 반대해온 일부 주민이 감사 결과를 근거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감사원이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한만큼,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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