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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100일…기후변화 정상회의, 아프간 철군은 전략 대전환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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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전략 대전환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 40개국을 초청한 지난 22일의 기후변화 화상 정상회의와 14일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완전 철군과 전쟁 종식은 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가 일본 총리 등 각 국 정상들이 영상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가 일본 총리 등 각 국 정상들이 영상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동맹 강화 통한 중국 압박에 더해 #에너지 주도권 앞세운 글로벌 전략 #군사·경제에 에너지로 패권 추구 #석유자립에 탄소제로 주도 자신감 #탄소 배출 29% 차지 중국에 압박 #중동 석유 전략적 가치 평가절하 #아프간 철군…도덕·인권 외교 손절매 #현실 도움 안되는 지역·사안 손털어 #국익·유권자 추종 외교…대북정책 영향 # # #

바이든 자신감 보여준 기후정상회의 

동맹강화와 중국 압박의 기조와 함께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이 미국의 자신감 회복이다. 22~23일의 기후변화 정상회의는 탄소 제로 드라이브로 글로벌 에너지 패권 장악의 의도가 엿보인다. 군사력·경제력·과학기술력과 함께 에너지로 패권을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탈 탄소 경제 전환을 앞세우면서 글로벌 경제·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신경제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변화 극복을 앞세웠지만, 탄소 제로 정책은 사실 과학기술과 경제 기반이 가장 탄탄한 미국이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석탄·석유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에서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신에너지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엄청난 기술력과 비용이 든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절대 유리한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0일 하이난도 보아오에서 열린 2021년 보아오 포럼 연차 총회 개막식에서 화상 방식으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0일 하이난도 보아오에서 열린 2021년 보아오 포럼 연차 총회 개막식에서 화상 방식으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세계 탄소배출 29% 차지 

중국은 경제를 키우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탄소 배출에서도 글로벌 ‘민폐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부를 두고 있는 환경 관련 비영리 과학자 단체인 ‘참여과학자연합(UCS)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을 보면 흥미롭다. 중국(29%)·미국·(15%)·인도(7%)·러시아(5%)·일본(3%)·독일(2%)·이란(2%)·한국(2%)·사우디아라비아(2%)·인도네시아(2%)의 순이다.
기후변화 문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게 되면 가장 압박받는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의 탄소배출은 전 세계 29%를 차지해 미국(15%)·인도(7%)·러시아(5%)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해 전 세계의 탄소배출을 주도하는 나라로 자리 잡았다. 바이든이 탄소 제로를 외치면서 가장 곤혹스러워진 게 중국인 셈이다. 중국이 거대한 서부 사막을 태양열 발전 패드로 덮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지만, 자국의 에너지를 자립하기에도 아직 멀다.

4월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4월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중국 석유 목마른 에너지 부족국가  

게다가 중국은 탄소 제로와는 별도로 현재 상황에서도 에너지 부족국가다.  대다수 산업국가는 석유 의존이 심각하지만, 중국은 석유에 가장 목이 말라 하는 나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 에너지기업 BP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하루 석유 소비 순위는 미국(1940만 배럴)·중국(1405만 배럴)·인도(527만 배럴)·일본(381만 배럴)·사우디아라비아(378만 배럴)의 순이다. 그다음이 러시아(331만 배럴)·한국(276만 배럴)·캐나다(240만 배럴)·브라질(239만 배럴)·독일(228만 배럴)이다. 미국은 석유에 아쉬울 게 없지만, 중국은 석유 갈증이 심하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1일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해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석유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에서 경제는 곧 정치이기 때문이다. 매년 시장에 유입되는 노동력을 고용하려면 어느 정도 성장을 유지해야 체제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은 곧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되며 이는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샤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왼쪽)와 살만 국왕. AFP=연합뉴스

샤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왼쪽)와 살만 국왕. AFP=연합뉴스

미, 석유 자급에 수출까지…중동 관심 감소

반면 미국은 현 상황에서도 에너지 분야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석유 자급을 넘어 수출국으로 전환했다. 2020년 기준 세계 1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3위의 수출국이 됐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일일 석유 생산 순위는 미국(1130만 배럴)·러시아(986만 배럴)·사우디아라비아(926만 배럴)·캐나다(420만 배럴)·이라크(410만 배럴)의 순이다. 그 뒤를 중국(388만 배럴)·아랍에미리트(UAE·313만 배럴)·브라질(293만 배럴)·이란(266만 배럴)·쿠웨이트(262만 배럴)가 잇는다.
미국은 이미 2018년 석유 수출 순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라크에 이어 세계 4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캐나다·UAE·쿠웨이트가 그 뒤를 따른다. 미국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에 거액의 비용을 들일 경제적 이유가 확 줄어든 셈이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조망 너머로 현지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조망 너머로 현지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간 철군은 미국 자신감 발로 

미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바이든의 대표적인 결정이 지난 14일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발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난 7일로 개전한 지 19년 6개월을 넘었다. 그동안 미군 2420명을 비롯해 영국 456명, 캐나다 159명, 프랑스 89명, 독일 57명, 이탈리아 57명 등의 전사자를 냈다. 한국 파병군인 1명도 자살 폭탄 공격으로 전사했다.
미군 개입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베트남전(10년 2개월, 전사 4만7434명)·이라크전(8년 9개월, 3519명)·제2차 세계대전 3년 8개월, 29만1577명), 한국전쟁(3년 1개월, 3만3739명), 필리핀-미국 전쟁(3년 1개월, 4165명), 제1차 세계대전(1년 7개월, 5만3402명)을 뛰어넘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된다. 탈레반을 밀어내고 수도 카불을 점령해 군사적으로는 승리했지만, 미국의 원하는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지도, 지역을 안정화하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실패한 전쟁이다. 이 전쟁을 계속한다고 해도 미국이 원하는 민주정부나 지역안정을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전쟁을 시작하면서 항상 ‘선한’ 명분을 내걸었다. 힘으로 지역을 평정해 자국의 이익과 패권, 영향력을 실현하겠다는 현실주의적 공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8월 아프가니스탄 낭가하르주 코넬리 기지에 주둔한 미군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2015년 8월 아프가니스탄 낭가하르주 코넬리 기지에 주둔한 미군의 모습. AFP=연합뉴스

1조 달러 전비…명분만으론 유권자 설득 못 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와 알카에다 제거, 그리고 탈레반의 알카에다 지원 중단이 목표였다.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탈레반 정권을 민주 정부로 대체한다는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더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이런 목적을 위해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은 예산이 워낙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BBC방송은 미 국방부의 의회 보고를 바탕으로 2018년 한해만 해도 45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2001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비 지출은 778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여기에 더해 미 국제개발처(USAID)와 다른 정부기관을 통한 아프가니스탄 구호·원조·재건 비용도 440억 달러나 됐다.  이를 합치면 같은 기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한 비용이 822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위한 기지 사용 등을 이유로 이웃 파키스탄에 지급한 돈을 포함되지 않았다고 BBC는 언급했다.
브라운대의 2019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퍼부은 자금은 2020년 예산을 포함해 모두 9780억 달러에 이른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탄소 제로, 중·러 동시 압박 카드

USA 투데이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비는 미국의 역대 전쟁 비용 가운데 2차대전(2019년 가치 기준 4조6900억 달러)·이라크전(1조1000억 달러)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베트남전(8436억 달러)·한국전쟁(3898억 달러)·1차대전(3818억 달러)·걸프전(1166억 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상회의와 탄소 제로 카드는 에너지 과소비국인 중국과 산유국 러시아를 동시에 압박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에 대한 미국의 시각도 변모할 수밖에 없다. 탄소 제로 경제를 추구한다면 중동 석유의 전략적·국제정치적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조 달러 가까운 미국 국민의 세금을 쏟아 넣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 선언 없이 철군을 결정한 배경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사안에서 발 빼는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손절매한 셈이다.

국익 중심 대외 기조, 대북정책에도 영향  

미국은 지금까지 국익·패권 추구 감추고 민주주의·인권 확산, 도덕주의와 선의를 앞세웠지만 한계에 부딪히자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따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국익과 유권자 요구 맞춘 글로벌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이는 현재 미국의 재정비하고 있다는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펼칠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만 바라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회의 도도한 흐름을 살필 때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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