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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괴롭히는 인간들…최근 20년 북극점 이동 2배 빨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북극 지방. 지구 자전축이 지구 표면과 만나는 북극점도 지구 각 지점별 무게 변화로 인해 위치가 달라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

북극 지방. 지구 자전축이 지구 표면과 만나는 북극점도 지구 각 지점별 무게 변화로 인해 위치가 달라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

북위 90도의 북극점은 지구 자전축의 북쪽 끝이 지구 표면과 만나는 지점이다.
이 북극점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움직이고 있다. 지난 17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이 관찰한 결과다.

지구는 축을 따라 도는 팽이와 같아서 팽이의 무게 중심이 움직이면 팽이의 회전축도 움직이고 흔들리게 된다.
지구도 무게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쏠리거나 이동하면 같은 일이 겪게 된다.

지구 내부의 맨틀이 녹아 움직이거나 해양과 대기가 움직이는 등 지구의 무게가 재배치되면 북극점의 위치도 달라진다.
자전축이 흔들리고, 북극점 위치도 바뀌게 된다.

실제로 북극점은 1981년 1월부터 2020년 6월 사이에 전체적으로 그린란드 방향으로 움직였다.

과학자들은 북극점이 이동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린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온난화가 북극점 이동 주요 원인 

그린란드 빙상의 변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북극점의 위치도 달라지게 된다. 유럽우주국

그린란드 빙상의 변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북극점의 위치도 달라지게 된다. 유럽우주국

중국 과학원 지리학·자연자원 연구소 연구팀과 덴마크 기술대학 연구팀은 최근 '지구물리학 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은 것 외에 기후변화로 인한 육지의 수자원 분포 변화가 북극점 이동의 원인"이라며 "사람들의 과도한 지하수 사용도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원 연구팀은 이를 위해 북극점 이동의 원인을 세밀히 분석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중력 분포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2002년 발사한 쌍둥이 위성 그레이스(GRACE)의 자료도 활용했다.

연구팀은 "북극점 이동 원인을 분석한 결과, 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것이 북극점 이동의 주요 원인이었고,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이 고갈 상황까지 반영하면 북극점 이동 속도와 방향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알래스카와 그린란드, 남부 안데스, 남극, 코카서스, 중동, 인도, 중국 북부평야 등에서 1990년대 이후 빙하와 수자원의 손실이 크게 발생했고, 이것이 북극점 이동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NASA 연구팀은 "2000년 이후에는 북극점의 이동 속도가 연평균 최고 18㎝로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981~2020년의 평균 이동 속도가 8.85㎝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이동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동 방향도 과거 캐나다를 향하던 것(서경 85도)에서 최근에는 영국을 향하는 쪽(서경 14도)으로 달라졌다.

인도·중동 지하수 사용 많아

말라붙은 아랄해. 강물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아랄해가 말라버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

말라붙은 아랄해. 강물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아랄해가 말라버렸다. 미 항공우주국(NASA)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육지의 수자원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농업용수 확보나 다른 인위적 활동을 위해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지하수를 끌어쓰는 것도 북극점 이동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북부지역의 경우 수자원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1990년 2290억㎥이던 지하수 취수량이 2010년에는 3150억㎥로 늘어난 점을 주목했다.
2003~2009년 중동지역의 수자원 감소도 60%는 지하수 고갈이 원인이었고, 아랄 해도 말라붙었다.

결국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것이든, 지하수 과다한 취수로 지하수를 고갈시킨 것이든 인간 활동이 지구 자전축의 이동을 부추긴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역으로 활용한다면 북극점의 이동을 바탕으로 육지의 물이 얼마나 고갈됐는지를 파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극점이 이동하더라도 당장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0
자전축이 흔들리면서 하루의 길이가 바뀔 수 있지만, 1000분의 1초 단위로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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