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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목재값까지 폭등…WSJ “대공황 전 광란의 1920년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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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글로벌 자산 가격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치솟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26일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전광판. [뉴시스]

글로벌 자산 가격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치솟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26일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 전광판. [뉴시스]

“지금처럼 다양한 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은 100년 전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와 비슷하다.”

자산·원자재 시장 과열 경고음 #미국 주택매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주택건설 붐에 목재값 57% 급등 #코로나 대응 돈풀기에 Fed도 방조 #미국 투자자 70% “시장 거품 상태”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놓은 총평이다. 광란의 20년대는 1929년 뉴욕 증시 대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 발생 직전의 상황을 말한다.

시장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이 자산·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심지어 목재값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5월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bf)당 1370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세 배, 올해 들어서만 57.2%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민간주택 건설 붐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목재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6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바로 직전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과열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과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 세계 곳곳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3대 주가지수가 모두 상승 중인 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3대 주가지수가 모두 상승 중인 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주식 시장은 신기록 행진 중이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존스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신고점을 각각 23번, 21번 갈아치웠다. 프랑스와 호주 등 각국의 대표 주가지수도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롭게 쓰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20일 3220.7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지난 12일 20년 7개월 만에 1000선을 돌파했다.

암호화폐의 상승세도 무섭다. 비트코인은 이달 중순 개당 6만5000달러(약 7233만원)까지 육박했다. 25일 기준으로 보면 올해 초 대비 66.5%나 높다. 2013년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2명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은 지난 16일 개당 45센트까지 오르며 연초(0.47센트)와 비교해 9500% 넘게 폭등했다.

과열되는 자산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과열되는 자산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산 시장 과열에 따른 거품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거품의 양상이 과거와 다르다는 데 있다. 제러미 그랜섬 GMO 공동창업자는 “과거의 거품은 경제 여건이 완벽해 보일 때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은 시점부터 자산 상승세가 시작됐다”며 “과거에 겪었던 거품 현상과 아주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랜섬은 1980년대 일본의 자산 거품 붕괴와 2000년 닷컴 거품 붕괴를 예측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런 변화를 야기한 바탕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연준이었다면 금리를 올려 시장의 과열을 막았을 텐데, 지금은 자산 가격 상승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경기 부양책으로 가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미국 구제계획’과 2조3000억 달러(약 2600조원)의 ‘미국 일자리 계획’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다가오는 위험을 느끼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 파이낸셜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투자자의 70%는 “시장이 완전한 거품 상태이거나 상당한 거품이 낀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WSJ은 “역사적으로 거품 낀 시장은 대개 비관론자의 생각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 뒤 무너졌다”며 “상당수의 투자자가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랜섬은 “(자산 시장에 대한) 확신을 잃는 상황이 오면, 모든 부문이 동시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실물 부분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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