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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민이 뚝, 다음에는 이기면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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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손흥민(오른쪽)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자 팀 동료 개러스 베일이 위로하고 있다. [사진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자 팀 동료 개러스 베일이 위로하고 있다. [사진 토트넘]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2020~21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1-0으로 승리한 맨시티 선수들이 얼싸안은 채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바로 그때 손흥민(29·토트넘)은 필드에 주저앉더니 고개를 파묻은 채 흐느꼈다.

맨시티에 0-1 져 리그컵 준우승 #동료·상대선수까지 다가와 위로 #풀타임 뛰고도 슈팅 한 개도 못해 #프로 12년차에도 아직까지 무관

팀 동료 개러스 베일이 다독였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맨시티 일카이 귄도안, 필 포든, 케빈 더 브라위너 등이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울보’ 손흥민의 눈물이 또 터진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메달 수여식 대신 선수들이 테이블 위에 놓인 메달을 직접 가져갔다. 준우승 메달을 집어 든 손흥민은 터벅터벅 걸어가더디 또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결승전에 나서는 손흥민의 각오는 남달랐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이 간절했다. 2010년 함부르크(독일)에서 프로 무대를 밟은 그는 12년 사이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의 유일한 우승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그는 “결승전에서 뛰는 거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우승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결과도, 내용도 아쉬웠다. 손흥민은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하지만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그의 눈물은 이기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지만, 에이스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따른 미안함 때문이기도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전(2-4 패),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호주전(1-2 패), 2016 리우 올림픽 8강 우루과이전(0-1 패),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1-2 패) 등 큰 경기 패배 뒤에 흘렸던 눈물과 같은 맥락이다.

무관으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손흥민 축구 인생에서는 최고 시즌이었다. 22일 사우샘프턴전에서 리그 15호 골로 한 시즌 리그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햄스트링을 다쳐 3주간 재활을 거쳤고, 조세 모리뉴 감독이 경질돼 분위기까지 어수선한 가운데 얻은 성과다. 컵대회 등을 합쳐 시즌 20골로, 한 시즌 최다 골(21골) 경신도 예고하고 있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 5경기를 남겨뒀다. 현재 7위인 팀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커트라인인 4위 안에 올려야 할 임무도 있다.

팬들도 최선을 다한 손흥민을 응원한다. 팬들은 “울지 않아도 된다. 잘했다”, “다음에는 꼭 우승하기 바란다”, “아직 젊어서 우승 기회는 또 있다” 등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라이언 메이슨 토트넘 감독대행도 손흥민을 언급하며 “마음 아파하는 건 당연하다. 그만큼 팀에 마음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100% 헌신했다. 자랑스러워할 일”이라고 격려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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