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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밖에서 더 바쁜, 허씨 형제 인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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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농구 대통령 허재의 두 아들은 요즘 농구장 밖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형 못지 않게 끼가 많은 동생 허훈(오른쪽)은 요즘 예능계 대세로 떠오른 형 허웅이 내심 부럽다. 장진영 기자

농구 대통령 허재의 두 아들은 요즘 농구장 밖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형 못지 않게 끼가 많은 동생 허훈(오른쪽)은 요즘 예능계 대세로 떠오른 형 허웅이 내심 부럽다. 장진영 기자

“저는 들러리죠? 그래도 나름 KT 핵심인데, 자존심 상하네요. 요즘 형이 인기 많은 건 인정해요. 전 그냥 ‘압도적 2위’ 할게요.”

예능 대세로 뜬 형과 부러운 동생 #유재석 프로 출연 계기 5편 촬영 #서로 인기는 자기 덕분 티격태격 #부친 허재 “농구나 열심히 해라”

동생 허훈(26·부산 KT)의 푸념에 형 허웅(28·원주 DB)은 “허허” 웃기만 했다. 허씨 형제는 프로농구판의 최고 스타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두 선수 소속팀은 시즌을 마쳤다. 그래도 바쁘다. 그런 두 사람을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요즘 허웅은 예능계 ‘대세’로 떠올랐다. 지난달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고 나서다. 짝사랑을 찾아주는 콘셉트였는데, 한 여성이 2012년 대학 시절 첫눈에 반한 ‘연세대 천정명’ 허웅을 찾았다. 아버지 허재(56)와 동반 출연한 허웅은 배우 천정명을 빼닮은 외모로 주목 받았다. 그날 이후 방송사의 출연 섭외가 쏟아졌다. 허웅은 동생 허훈과 함께 최근 5개 프로그램의 촬영을 마쳤다.

형 허웅에게 헤드락을 걸며 장난치는 동생 허훈(오른쪽). 장진영 기자

형 허웅에게 헤드락을 걸며 장난치는 동생 허훈(오른쪽). 장진영 기자

허웅은 연고지인 강원 원주에서 ‘아이돌’급 대우를 받는다. 그는 “경기 전날 팬들이 케이크와 풍선을 준비해 찾아와 깜짝 놀랐다. 경기장 밖에 팬들이 너무 많아 혼잡을 우려한 경호원이 ‘선물은 안에서 받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천정명을 닮았다는데, 닮은꼴 연예인을 찾는 앱에도 그렇게 나올까. 허웅은 “배우 공명으로 나왔다”고 소개하자, 허훈이 이렇게 맞받았다. “난 아빠(허재)로 나오던데.”

허웅이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기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댄스를 커버했다. 화제가 됐고, 팬들은 “강아지처럼 귀엽다”며 그에게 ‘멍뭉좌’라는 별명을 붙였다. 형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코삼부자’는 구독자가 4만8000명까지 늘었다. 일부 팬은 ‘허웅 (매력)에 스며든다’는 뜻으로 ‘웅며들다’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허훈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구독자 10만 돌파해 실버버튼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허웅은 올 시즌 프로농구 최초로 2년 연속 인기상을 받았다. 팬 투표에서 허웅이 1위, 허훈이 2위에 올랐다. 1인 2표였다. 허웅은 “팬들이 나 찍고, 내 동생이라고 너 찍어줬다”고 말하자, 허훈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내 팬들이 형 뽑아준 거야”라고 받아치더니 “우리 형 연예인병 걸렸다. 매니저 둬야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농구 대통령’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허재는 이런 두 아들을 어떻게 볼까. 허웅은 “‘농구나 열심히 해라’는 게 아버지 말씀”이라고 전했다.

허씨 삼부자 허훈, 허재, 허웅(왼쪽부터). [사진 허훈 인스타그램]

허씨 삼부자 허훈, 허재, 허웅(왼쪽부터). [사진 허훈 인스타그램]

농구 코트가 아닌 TV에서 형제를 만날 수 있는 건 소속팀들이 일찌감치 플레이오프(PO)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허훈은 어시스트 전체 1위에 득점 국내 1위다. 하지만 소속팀 KT는 6강 PO에서 안양 KGC에 3연패를 당했다. 허훈은 “한 번이라도 이겼으면 덜 억울할 텐데, 오기가 생겼다. 다음 시즌에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허웅의 소속팀 DB는 정규리그를 9위로 마쳤다. 시즌 막판 4연승을 거뒀고, 그 가운데 허웅도 6라운드에만 평균 17.7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즌 초중반에 너무 많이 까먹었다. 동생이 형을 감싸고 나섰다. 허훈은 “DB가 우승 후보였는데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았다. 형이 지난해 3월에 발목에 다른 사람 인대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다. 여파가 1~2년은 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하이틴 스타처럼 포즈를 취한 허씨 형제. 장진영 기자

90년대 하이틴 스타처럼 포즈를 취한 허씨 형제. 장진영 기자

형제는 6월 둘째 주까지 휴가다. 허훈은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를 보면 마이클 조던은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다음 날부터 동료들과 훈련에 들어가더라. 나도 이틀 쉬고 형과 훈련을 시작했다. 입대도 1년 연기했다. 농구선수가 은퇴 전에 우승은 한 번 해봐야지 않겠나”라고 의지를 다졌다. 허웅은 “나는 정규리그 공동 1위는 해봤다. 그래도 우승 반지를 꼭 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만큼 형제도 사랑을 돌려주려고 한다. 형제가 준비하는 ‘팬들에 쏜다’는 그 일환이다. 허웅은 “인기상 상금을 팬들에게 돌려주겠다. 다음 시즌 홈 경기 때 커피를 20잔씩 쏘겠다”고 예고했다. 허훈은 “팬들이 커피 트럭을 보내줬고, 내 이름으로 500만원도 기부해줬다. 나도 그에 맞춰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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