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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는 싫다, 모두 최중이면 안되나" 윤여정의 수상 어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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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장인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의 레드카펫에 올라 “역사적 순간”이라며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그가 받은 여우조연상은 102년 한국 영화 사상 첫 아카데미 연기상이다.

입담 빛난 수상 소감과 기자회견 #연기 말할 땐 “대본이 성경 같았다”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 올라 #김기영 회고하며 “그에게 바친다”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가 직접 호명하자 윤여정은 이집트계 디자이너 마마르할림의 짙은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미나리’로 각종 영화제에서 42번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윤여정은 이날 농익은 영어 소감으로 무대를 내려올 때까지 좌중을 압도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여우조연상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오른쪽)와 수상자 윤여정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여우조연상 시상자인 브래드 피트(오른쪽)와 수상자 윤여정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상식은 200여 후보를 포함한 참석자들에 대해 백신 접종 및 세 차례 코로나 검사 등 철저한 방역을 거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진행을 맡은 흑인 배우 레지나 킹은 “카메라가 돌 땐 마스크 없이, 꺼지면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윤여정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한예리는 루이비통의 붉은색 하이넥 롱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정이삭 감독과 주연 스티븐 연은 둘 다 나비넥타이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각자 부부 동반 입장했다.

윤여정 말말말

윤여정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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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이후 LA 총영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윤여정의 솔직한 입담은 빛났다. “최고라는 말은 싫다. 다 ‘최중’이 되면 안 되냐”면서 수상 비결로 “대본 덕”을 꼽았다. 시상식 무대에서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를 함께한 김기영 감독을  “천재적인 감독”으로 회고하면서 “그에게 상을 바친다”고 밝힌 이유도 털어놨다. 그는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하기 시작한 건 60세가 되고 나서, 그분 돌아가시고 나서였다. 그 전엔 너무 힘들고 싫었다. 지금까지도 후회되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또 “내가 김기영 감독에게 미처 하지 못한 감사를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다 받는 것 같다”면서 정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1966년 한양대 국문과 재학 당시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며 “내 약점을 잘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한테 피해를 안 주자 그게 시작이었고, 절실해야 한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연기를 좋아하고 잘하기도 해야겠지만 정말 먹고살려고 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고 했다.

그는 아카데미 관계자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경쟁 배우들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느냐”며 “다섯 배우 모두 각기 다른 작품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냈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내가 운이 좀 더 좋았거나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필규 특파원,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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