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청구서 받은 삼성, 70조+α 역대급 투자 나서나

중앙일보

입력 2021.04.26 18:37

업데이트 2021.04.26 18:57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최소 70조원, 최대 140조원에 이르는 역대급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120조원이 넘는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120조원이 넘는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26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국내와 미국 등에 70조원 규모로 반도체공장을 신·증설한다고 밝힐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화상회의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투자(5월)와 경기도 평택캠퍼스 P3 라인 신규 프로젝트(6월)가 순차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 내 투자”에 20조 투자 화답할 듯 

미국 투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문한 “미국 내 투자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삼성전자의 ‘화답’ 격이다. 경쟁사인 인텔·TSMC는 회의 직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검토 중이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현 공장이 위치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8억547만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놓고 텍사스 주정부와 협상 중이다. 뉴욕주 정부는 세금 감면, 일자리 보조금 등 9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시한 상태다. 이는 뉴욕주 역사상 최대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반도체 서밋’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책상 왼쪽에 반도체 웨이퍼가 놓였다.[EPA]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반도체 서밋’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책상 왼쪽에 반도체 웨이퍼가 놓였다.[EPA]

이재용 새해 첫 방문지 P3 투자도 50조 규모 

국내에선 최대 50조원 규모의 경기 평택 P3 투자를 상반기에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3 라인은 터파기 공사를 마치고 현재는 상부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연내에 P3 외관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장비가 반입되고 시험 가동을 거쳐 2023년부터 양산이 가능하다.

P3 건설 현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곳이다. 연초에 P3 라인 착공식과 투자 발표 등을 계획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됨에 따라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NXP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타당한(make sense)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새해 첫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새해 첫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NXP 인수 땐 60조~70조원 규모 

삼성의 M&A 추진설은 지난 1월 급부상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실적 발표회 중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M&A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NXP는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퀄컴이 44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로 인수하려다 무산됐을 때도 “NXP가 삼성전자에 협상 의사를 타진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NXP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 장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차량용 AP ‘엑시노스 오토’를 만들고, 2017년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만큼 NXP와 시너지를 낼 요소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NXP가 미국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정부의 ‘투자 요청’에 대한 응답이 될 수도 있다.

인수가는 60조~7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삼성전자의 역대 M&A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지금까지는 2017년 80억 달러(약 9조원)를 투입해 하만을 인수했던 것이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삼성전자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현금성 자산 120조 “총수 부재가 난관”

삼성전자의 ‘실탄’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단기간(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20조원을 웃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29조원)과 단기금융상품(92조원)을 합한 액수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총수 부재가 난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증설, 평택 P3 라인 투자처럼 이미 예정된 일도 총수 부재로 의사 결정이 늦어질 수 있는데, 특히 대규모 M&A는 조건 협상 등에서 속도가 붙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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