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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소리"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트비히 별세

중앙일보

입력

24일 별세한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트비히. [

24일 별세한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트비히. [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음악 평론가 요아힘 카이저는 2012년 ‘수많은 겨울나그네 음반 중 어떤 것이 가장 뛰어난가’라는 질문을 정해놓고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좀처럼 최상급 표현을 쓰지 않는 타입이다. 크리스타 루트비히의 목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들어봤던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아름답다. 나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다지오 가수라고 생각한다.”(『그가 사랑한 클래식』 중에서)

독일의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2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은 고인의 아들 볼프강 베리가 별세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음성, 서정적인 표현으로 20세기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로 불렸다.

성악가인 부모를 둔 고인은 한 회고에서 “노래가 걸음마만큼 자연스러웠다”고 기억했다. 그의 주요 무대는 빈 국립 오페라, 잘츠부르크 축제 등 오페라였다.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도라벨라, R.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옥타비안을 비롯해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프리카 등 역할을 맡아 깊은 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을 결합해 인정받았다. 소프라노에 비해 덜 화려한 음역대의 메조였지만 빈에서만 769회 오페라 무대에서 42개 역할을 맡아 부르며 오페라 가수로서 정상에 올랐다.

예술 가곡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남성 성악가를 위한 슈베르트 ‘겨울나그네’연가곡집을 녹음했고 무대에서 총 72회 불렀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인 버나드 홀랜드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친밀하다”고 평했다. 슈베르트 뿐 아니라 브람스ㆍ말러 등의 가곡 해석도 인정받았다.

루트비히는 오페라와 노래의 황금기인 20세기 중반에 스타 음악가들과 함께 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오토 클렘페러, 레너드 번스타인 등 지휘자, 마리아 칼라스,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와 같은 성악가와 노래했다. 그 중에서도 1961년 칼라스와 함께 녹음한 오페라 ‘노르마’, 62년 클렘페러와 녹음한 바흐 마태 수난곡,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함께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64년 녹음이 명반으로 꼽힌다. 70년대에 들어서는 목소리의 문제로 무대를 취소하는 일이 잦았고, 공연 횟수도 줄이다 94년에 빈 국립오페라에서 R.슈트라우스 ‘엘렉트라’ 무대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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