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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허문다…영주권자 자녀 한국 국적 취득길 열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국내 영주자격을 갖춘 외국인의 미성년 자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우리 국적제도의 엄격한 혈통주의 전통에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법무부, 국적법 개정안 입법예고

정부가 영주권자의 미성년자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19년 인천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국적 수여식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한 외국인과 자녀가 대한민국 국적 취득증을 받고 있다.[뉴스1]

정부가 영주권자의 미성년자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19년 인천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국적 수여식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한 외국인과 자녀가 대한민국 국적 취득증을 받고 있다.[뉴스1]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적법 개정안을 마련해 26일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을 통해 ‘영주자의 국내출생 자녀에 대한 간이 국적 취득제’를 도입한다. 한국과 유대가 깊은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자녀를 낳을 경우 해당 자녀는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 취득 신고만 하면 한국 국적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그동안 영주권자 자녀는 국내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했더라도 부모가 한국 국적을 얻지 않았다면 성년이 된 후 귀화 허가를 받아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6세 이하의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국적 취득 신고가 가능하다. 7세 이상 자녀의 경우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하면 신고 자격이 갖춰진다. 신고가 수리되면 곧바로 국적을 얻게 된다.

다만 모든 영주자 자녀가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우리와 혈통적·역사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은 영주자가 우선 대상이 된다. 예컨대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인 교수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턴 선교사가 일본강점기 1912년 한국에 들어와 1919년 3·1운동을 돕고 미국 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하는 등 인 교수 가문은 3대째 한국 사회에 봉사한 깊은 연을 맺고 있다. 인 교수는 2012년 한국의 특별귀화 1호 사례다.

대를 이어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도 주요 대상이다. 법무부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대상을 정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권재진 법무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에게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수여한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요한 교수는 공로로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특별귀화자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권재진 법무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에게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수여한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요한 교수는 공로로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특별귀화자다. 연합뉴스

정부 추산에 따르면 3900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또 매년 600~700명 정도가 추가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한국 사회와 유대가 깊은 영주자 자녀에게 조기에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정체성 함양과 안정적 정착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미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 신설 

이날 국적법 개정안에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 제도’ 신설안도 담겼다. 현행 국적법은 외국에서 생활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난 남성 복수 국적자 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 3월까지만 국적 이탈을 허용한다. 이후에는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 이탈을 못 하게 막고 있다. 개정안은 이런 일률적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예외 규정을 뒀다.

본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유로 기간 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고 이에 취업 등에서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예외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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