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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름도 비껴간 그곳, 500만명 몰린 '비밀의 화원'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온실. 지난 16일 서울식물원을 찾은 시민들이 온실과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온실. 지난 16일 서울식물원을 찾은 시민들이 온실과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축구장 70개' 서울식물원, 2018년 10월 개장

서울에서 열대우림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식물을 볼 수 있는 축구장 70배 넓이(50만4000㎡)의 공원은? 정답은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이다. 개방 2년 6개월 된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식물원의 개장 후 총 방문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었다. 각각 유료·무료공간인 식물원 내부와 야외공원 이용객을 15개 진입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계수시스템으로 파악한 수치다. 이 가운데 유료공간인 온실 등을 찾은 이용객은 68만 명(2019년 5월 이후)이다. 올해 4월 20일 기준 이용객 수는 1024만 명이며 임시개방한 2018년 10월부터 현재까지 하루 평균 이용객은 평일 9210명, 주말·공휴일 1만5080명이다.

코로나19로 야외공원 찾는 이용객↑

서울식물원 정식 개원 이후 이용객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식물원 정식 개원 이후 이용객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서울식물원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거리두기 등에 지친 시민들이 비교적 안전한 야외공원을 찾게 되면서 이용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2019년 5월 정식 개관 이후 코로나19 이전(2019년 5월~2020년 2월)과 이후(2020년 3월~2021년 4월) 이용객 수를 비교하면 각각 241만6046명과 526만2300명으로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코로나19로 ‘반려식물 키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역시 이용객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식물원에서는 식물을 보는 것뿐 아니라 가드닝(gardening)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식물전문도서관·스마트팜·식물전시관 등도 마련돼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만한 공간이 많아 주말 가족 이용객에게 인기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전경. [사진 서울식물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전경. [사진 서울식물원]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해 초부터 인근 마곡지구에 입주하는 기업이 늘면서 점심시간 직장인의 산책 코스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연구개발 단지, 외국계 기업, 정보통신(IT) 기업들을 품으면서 한국판 실리콘밸리, 제2의 판교 등으로 불린다.

여의도엔 여의도공원, 마곡엔 서울식물원  

정수민 서울식물원 주무관은 “시간대별 이용객 그래프를 보면 평일 12시 이용객 수가 치솟는 모양새”라며 “평일에 한산한 보통 공원과는 달리 평일 점심시간에도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 전경. [사진 LG]

서울시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 전경. [사진 LG]

서울식물원의 구상은 2007년부터 이뤄졌다. 당초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한강과 연결해 요트 정박시설 등을 두는 ‘워터프론트(수변공간)’ 사업을 계획했다. 이후 2013년 주변 텃새 서식지 등에 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화목원(花木園) 콘셉트로 노선을 변경했다. 마곡중앙공원으로 불리다 2016년부터는 현재 이름인 서울식물원이 됐다.

서울식물원은 국내 첫 도심형 식물원으로 열린숲·호수원·습지원 등 공원과 전시온실·주제정원 등의 식물원을 더했다. 주민 생활권 한가운데 있어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움직이지 않아도 열대·지중해식물 900여 종과 우리나라 식물 2700여 종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개관한 국립세종수목원과 내년 개장을 목표로 조성 중인 수원수목원 등이 비슷한 성격이다.

롤 모델은 영국 온실 ‘에덴 프로젝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는 오는 6월까지 봄꽃 12만 포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봄꽃 전시'가 이어진다. 장진영 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는 오는 6월까지 봄꽃 12만 포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봄꽃 전시'가 이어진다. 장진영 기자

개방 4년째인 서울식물원은 오는 27일 조경·식물·생태경관 등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유료서비스 제공 방안, 식물에 특화한 운영 노하우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식물원의 롤 모델은 폐광을 온실로 바꾼 영국 콘월의 에덴 프로젝트다.

한정훈 서울식물원장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주변 기업과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세계 유수 식물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식물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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