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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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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플로깅(plogging)은 환경운동의 새로운 흐름이다. 인터넷 카페에선 플로깅을 제안하는 글이 제법 많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16년 시작한 플로깅은 이삭 등을 줍거나 모은다는 의미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뜻한다. 플로거(plogger)는 플로깅에 참여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명사다. 지난주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적지 않은 플로거가 플로깅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서 뽐냈다.

플로깅 확산에 해외에선 홈페이지(plogging.org)까지 등장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플로깅은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 뿐만이 아니라 걷거나 스케이트보드 혹은 자전거를 타면서 쓰레기를 줍는 등 다양한 행위를 포괄한다. 수영을 즐기다 강바닥의 폐플라스틱을 주워 올리는 것도 일종의 플로깅이다. 플로깅은 환경을 지키면서 플로거의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다. 국립국어원은 2019년 플로깅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도 만들었다. 쓰담달리기가 그것이다. 쓰담쓰담은 손으로 자꾸 살살 쓸어 어루만지는 행위를 일컫는다.

유럽에서 시작한 플로깅은 북미를 거쳐 세계적으로 확산하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플로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폐플라스틱 배출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국내에선 플로깅 동참을 선언하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유행에 민감한 기업에선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플로거를 자처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동차 기업이 플로깅 용품을 기부 목적으로 판매한 게 대표적이다. 모 기업 최고경영자는 가죽 구두를 신고 플로거 인증샷을 올렸다. 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가벼운 운동화와 간편한 옷차림. 여기에 쓰레기 봉투 한장이면 플로거로 변신할 준비는 끝이다. 플로깅이 지향하는 건 가벼움 그 자체다. 사회공헌이 목적이라면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운동화에 운동복 차림으로 출퇴근하는 플로깅 데이를 지정하는 것도 좋겠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