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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백신 없고 검진 힘든 자궁내막암, 때아닌 출혈 있으면 즉시 병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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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자궁내막암은 여성 건강을 가장 ‘빠르게’ 위협하는 암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여성 생식기에 생기는 부인암 가운데 자궁내막암 발생률은 2007년 10만 명당 5.2명에서 2017년 10만 명당 9.1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슷한 위치의 자궁경부암이 같은 기간 10만 명당 14.2명에서 11.4명으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장하균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인 자궁경부암과 달리 자궁내막암은 식습관과 결혼, 임신 등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미국·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조만간 자궁내막암이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부인암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잦은 월경·비만이 주요 원인 #환자 70~80%는 1기 때 발견 #호르몬 치료로 임신도 가능

자궁내막암 발생률 10년 새 2배로  

자궁은 달걀 크기의 조롱박 모양의 장기로 골반 깊숙한 곳에 있다. 입구를 자궁경부, 몸통을 자궁내막(체부)이라고 부른다. 자궁내막은 착상한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종의 ‘밭’이다.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매달 자랐다가 임신이 안 되면 퇴화해 혈액과 함께 배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월경이다.

자궁내막은 초경부터 폐경까지 30~40년간 임신에 대비해 쉼 없이 성장과 퇴화를 반복한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자궁내막이 여성호르몬에 노출된 경우다. 거름을 많이 주면 오히려 땅이 썩듯 여성호르몬이 자궁내막을 오래, 자주 자극할수록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월경 횟수다. 월경은 여성호르몬 노출 횟수와 기간을 대변하는 지표다. 아이를 갖지 않았거나 자녀를 적게 낳은 여성은 ‘임신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월경을 경험한다. 또래보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여성호르몬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자궁내막암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연세대 보건대학원의 공동 연구에서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으로 40년 이상 여성호르몬에 노출된 여성은 30년 이하인 여성보다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세 배 이상 높았다(미국 암연구협회지, 2016).

둘째, 과체중·비만이다. 뚱뚱한 여성은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가 정상 체중인 여성보다 높게 유지된다. 난소처럼 지방세포도 여성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최근 20~30대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다. 자궁내막암 환자는 2015년 1만877명에서 2019년 1만7865명으로 64% 증가했는데, 특히 20대·30대 환자의 증가율은 각각 278%, 191%로 전체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장 교수는 “스트레스와 폭식·다이어트로 인한 극심한 체중 변화가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해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같은 배란 장애, 나아가 암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궁내막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월경 과다나 비정상적인 질 출혈 등 부정 출혈을 경험한다. 월경 기간이 아니고 폐경인데도 갑자기 출혈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부터 증상이 나타나 조기 진단율 역시 높은 편이다. 난소암 환자의 70~80%가 3기 이상에서 진단받는 것과 달리 자궁내막암은 70~80%가 1기일 때 발견된다. 장 교수는 “1기 환자가 수술할 경우 5년 생존율(완치율)은 95%에 달한다”고 전했다.

자궁내막암일 때는 재발을 막기 위해 자궁을 비롯해 양측 난소·난관, 암이 전이하는 림프샘을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과거에는 절개술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른 복강경·로봇 수술이 주류를 이룬다. 2~3㎝ 구멍을 1~4개 뚫어 카메라·수술 도구를 삽입해 암과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증상 없어도 매년 산부인과 검진을

문제는 젊은 나이에 자궁내막암이 발병한 경우다. 암 치료를 위해 자궁·난소를 제거하면 임신 자체가 불가능하다. 건강을 위해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이때 고려해볼 수 있는 치료가 고농도 호르몬 요법이다. 먹는 약이나 자궁 내 장치(IUD)로 여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면 70~80%는 암이 제거된다. 많게는 60%가 치료 후 임신·출산에 성공한다. 다만 호르몬 치료는 ▶암세포가 자궁내막에 국한한 1기이면서 ▶암 분화도가 5% 미만인 ‘순한 암’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 치료 후 암 재발률이 50%에 달해 출산한 뒤에는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과 달리 국가암검진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 자궁경부암은 면봉 하나로 간단히 검사가 끝나지만, 자궁내막암은 질 초음파나 자궁내막 조직검사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효과적인 백신도 아직은 없다. 장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아는 만큼 예방·관리할 수 있는 암”이라며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면서 20세 이상은 무증상이라도 1년에 한 번은 산부인과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지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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